세계 각국의 야생동물(野生動物)들이 있는 동물원,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들이 사는 식물원, 자연과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테마가든’, 자연 속에서의 휴식과 치유를 맛보는 ‘치유의 숲’, 산림욕장과 캠핑장, 가족친화형 생활야구장인 서울대공원 야구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서울랜드’, 한국 근.현대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國立現代美術觀)도 있다.
시민들의 추억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종합 테마파크’다.
현재 공원의 총 부지면적은 약 913만㎡로, 근린공원 면적이 667만㎡이고, 청계산(淸溪山)내 임야지역이 246만㎡에 달한다.
필자가 추천하는 곳은 바로 이 임야지역, 즉 삼림욕장(山林浴場) 트래킹이다.
서울대공원에서 산림욕장을 거쳐 철책 밖으로 나가는 샛길/사진=미디어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소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종의 나무와 초본들이 빽빽하다. 그 사이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 등 산짐승들과 꿩, 소쩍새, 청딱다구리 등 35종의 새들도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최고의 자연학습장(自然學習場)이라 할 만하다.
아름다운 이 산림욕길 곳곳에는 약수터와 휴식공간이 있고, 경사가 완만하며 숲이 울창해 시민들에게 인기 많은 숲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우러진 오솔길은 8km로, 총 4개의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동물원(動物園) 호주관 입구에서 시작해 ‘선녀 못이 있는 숲’, ‘아카시나무 숲’, ‘자연과 함께하는 숲’, ‘얼음골 숲’, 전망대, ‘생각하는 숲’, ‘쉬어가는 숲’, ‘원 아이 숲’, ‘독서하는 숲’, ‘밤나무 숲’, ‘사귐의 숲’, ‘소나무 숲’ 등 12개의 테마 숲을 지나 북문입구로 내려오게 된다.
북문입구(北門入口)에서 시작, 반대로 트래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진 코스로만 다니라는 법이 어디 있을까. 대공원 안팎을 가르는 철책(鐵柵)을 넘나들며, 청계산 자락과 삼림욕장을 즐겨보기로 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大公園驛) 3번 출구로 나와, 서울대공원을 향해 걷는다.
공원입구 앞에서 광장 오른쪽으로 간다. 리프트 승강장과 매점이 있는 곳이다. 그 뒤로 올라가면, 공원 뒤 삼림욕장으로 갈 수 있다. 과천(果川) 문원동에서 청계산에 오르는, 등산로 초입이기도 하다.
왼쪽 길을 100여m 가면, 오른쪽으로 대공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옆으로 시냇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산림(山林)은 짙푸르게 우겨져, 말 그대로 푸른 시내 청계산이다.
얼마 안 가, 철책을 통과할 수 있는 쪽문이 보인다.
쪽문을 나와 좌회전, 대공원 철책을 따라간다. 이 길은 청계산 전체에서 가장 한적(閑寂)하고 호젓한 등산로다. 주말에도 사람이 드물다. 숲이 하늘을 가려, 따가운 햇볕이 들지 못한다.
가파른 데크 계단도 쉬이 오른다.
그 위 벤치에서 쉬면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을 즐긴다. 이 코스는 ‘바람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람이 잘 통하는 능선이어서, 무더운 여름 한낮 트래킹에는 최적이다.
무덤가에 이르러서야, 사방 시계가 트인다. 갑자기 관악산(冠岳山)이 시야에 성큼 다가온다.
내쳐 오르면, 그리 오래지 않아 왼쪽으로 약수터 가는 샛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등산로를 계속 오르면 ‘과천매봉’ 또는 ‘청계산 매봉’이라고도 불리는 응봉(鷹峰)이 나온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한 ‘깔딱고개’다.
더운 날이라 응봉은 패스하고, 약수터 방향 ‘지름길’을 택했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 바가지와 손 씻기는 기본이다.
좀 더 가니, 길 옆 기이(奇異)한 돌탑이 눈길을 끈다. 자연석을 한 줄로 절묘하게 쌓아올렸다.
이 샛길은 응봉에서 다시 내려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름길이다. 산을 오르는 노력은 훨씬 줄일 수 있지만, 단점은 바람이 잘 안 통한다는 점이다. 세상만사가 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게 마련이다.
이윽고 능선이 보이고, 대공원 철책이 또 나타난다.
오늘은 청계산 등산(登山)이 아니라, 대공원 삼림욕장 트래킹이다. 곧 좌회전, 대공원 안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길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헬기장을 지나, 쉼터 벤치에서 배낭 속 음료수를 꺼낸다.
다시 삼림욕장 길을 내려가니, 머지않아 대공원 외곽 둘레길을 만난다. 이 임도(林道)도 숲이 우거져 터널을 이루는, 푸른 길이다. 길 오른쪽에 지금은 잘 안 쓰이는 듯한 돌계단이 보이는데, 푸른 이끼가 잔뜩 끼었다.
길 오른쪽에 소하천(小河川)이 나타났다.
‘조절저수지’ 등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이 물길은 과천저수지(果川貯水池)로 흘러들어간다.
과천저수지/사진=미디어펜
이제부터는 ‘호숫가 둘레길’이다.
호숫가 둘레길은 과천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산책길로, 호수(湖水)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으며, 전망 좋고 쉴 수 있는 야외탁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매우 좋다. 또 최근에 개방된 둑길은 청계산, 관악산을 눈에 담을 수 있는 탁 트인 길이다.
산책로(散策路) 주변은 메타세콰이어, 계절 꽃단지, 서울대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코끼리열차길’ 등이 인접해 있어, 눈이 즐거운 특색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길 옆 철조망 너머로, 반대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있다. 식물원(植物園) 방향이다.
수풀 사이 멀리, 과천저수지 ‘아치형 돌다리’가 보인다. 호수 옆길로 내려섰다. 얼마 안 가 시계가 확 트이면서, 아름다운 푸른 호수가 확 품에 안겨온다. 수면의 수초(水草)들과, 건너편 숲의 푸름도 함께 안긴다.
아치형 돌다리는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에, 더욱 빛이 나는 듯하다.
호숫가 둘레길을 벗어나면, 대공원 입구가 멀지 않다. 길옆에 모형 석수로(石水路)를 만들어 놓았다. 네모진 돌 벽 안에서 물이 솟아나와, 계곡처럼 구불구불 흘러가다가 자취를 감춘다.
길 옆, 활짝 핀 땅나리가 지면을 향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반겨주는 듯하다. 새빨간 접시꽃은 너풀거리며 맞아준다.
어느 새 트래킹 3시간을 넘겼다. 곧 지하철(地下鐵) 4호선 대공원역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