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최근 한국인 10대 김모군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갔다는 뉴스는 한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칼리프(이슬람제국의 최고통치자) 국가 건설을 선언하고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 일부를 실효 지배하는 IS는 또 민간인 인질을 무참하게 살해하며 참수 동영상을 공개하는 잔인함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연합군이 IS에 공습을 계속하고 있지만 IS의 세력은 건재하다.
테러리즘 연구자인 이탈리아의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신간 '이슬람 불사조'에서 IS는 단순히 여러 테러 조직 중의 하나가 아니며 '제2의 이스라엘'을 꿈꾸며 칼리프 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준(準) 군사조직으로 보며 IS의 정체를 파헤친다.
저자는 먼저 IS의 명칭에 관한 논란부터 정리한다. 2004년 한국인 김선일 씨를 납치·살해한 조직인 '유일신과 성전'의 일부에서 출발한 IS는 2013년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n Iraq and the Levant/al Sham)라는 이름을 쓰면서 ISIL, ISIS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러다 칼리프 국가를 선포하며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로 이름을 바꿨다.
서방 언론에서는 IS를 국가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ISIL나 ISIS라는 표현을 쓰는 곳도 많다. 그러나 저자는 IS라는 이름이 21세기 버전의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하겠다는 조직의 결의가 담겨 있다고 보면서 IS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혹자는 IS가 전에 없는 새로운 무장 테러조직이라고 평한다. 실제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무장조직도 IS처럼 넓은 영토를 확보한 적은 없었다며 중동의 가장 거대한 무장조직이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전성기 극히 일부 지역만 통제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 방대한 재정을 관리하는 IS는 영토 내 기업 활동과 군수품, 일반 상품 거래에서 세금을 거두며 결산회계보고서도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자살테러 임무 한 건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산출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IS가 유례없이 독특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래된 테러리즘을 발전시킬 것일 뿐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방대한 재정을 관리하지만 전성기 PLO의 자금 규모는 IS보다 많았고 과거 알카에다도 IS만큼의 야만적이고 잔혹한 살인행위를 일삼았다는 점에서 IS는 과거의 품성을 간직한 변종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IS는 왜 이렇게 급속도로 세를 확장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IS의 성공 요인으로 냉전체제의 몰락과 다극화,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능력, 국가 건설에 대한 실용적인 태도, 중동 사람들과 무슬림 이민자들의 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9·11 테러에 대한 서구의 대처가 드리운 오랜 그림자, 중동의 종파 전쟁을 들며 IS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분석한다.
왜 하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칼리프 국가 부활이 시도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있다. 저자는 시리아와 이라크라고 하는 국민국가의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 소집단 세력이 존재하는 전근대사회로 퇴행했고 IS가 이런 상황을 잘 이용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