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검토가 시작된 LH 조직개편 방안이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중으로 LH 조직개편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반론이 이어지며 수 개월에 걸친 당정협의에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LH 조직개편안 공청회를 열고 LH 조직을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 부문을 자회사로 수직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LH 조직개편과 관련해 제시한 3가지 안 중에 이와 같은 수직 분리 개편 방안을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제의했지만 이 또한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제 1안은 LH를 주택부문(주거복지부문)과 토지부문으로 2개 조직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이는 토지부문에서 나오는 이익을 주택 부문이 갖고 있는 주거복지부문에 출연하기 어렵고 두개 기관의 연결납세가 불가해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 2안은 LH를 주거복지부문과 주택·토지 부문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2안에 대해서는 주택·토지부문에서 발생한 이익을 수평적 관계 기관인 주거복지부문에 나눠줘야 하는데 유사한 사례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수평 분리 방안은 지금과 같이 개발 사업이 주거복지 사업의 재원을 충당하는 '교차보전'을 유지하기에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직을 분리하려면 그나마 주거복지 조직이 개발 조직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직 분리 방안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삼고 주택·토지 부문을 자회사로 만드는 수직 분리 방안인 3번 안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국세나 지방세 등의 특례 입법도 가능하고 법인세 연결 납세를 적용함으로써 세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다.
공청회의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태평양은 "주거복지와 개발 부문의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각 부문별 정부 통제를 받도록 하는 동시에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 부문을 통제하는 이중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발 이익을 주거복지 부문에 배당하도록 규정해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안정적인 주거복지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선 제 3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모자 구조에선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도 없어 통제가 안 될 것이며, 자회사의 이익을 모회사로 뽑아 올려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저항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LH 땅투기 사건에 정치권이 너무 과잉반응해 LH에 대해 '해체'라는 말을 언급해서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됐다"라며 "자산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인데, 100억원짜리 회사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가운데서도 3안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아버지가 돈을 못 버는데 설날에 세배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잘 가겠느냐"며 "제3안으로 했을 때 LH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부가 '해체' 수준의 개편안이라는 얘기에 매몰돼서 날짜에 쫓겨 이같은 안을 만든 것 같은데, LH 조직 개편은 정밀한 수술을 하듯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섣부른 조직개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LH 조직개편이 면밀한 실사나 분석을 거쳐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국토부 토지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대로 8월 말까지 LH조직개편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제시한 안에 대해 받은 부정적인 평가를 고려해 보안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