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외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친환경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상대로 ESG 부문별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환경(E)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60.0%로 나타났다. 사회(S)와 지배구조(G)라고 답한 비중은 각각 26.7%·13.3%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10대그룹의 ESG 투자 목표는 115조원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이 중 대부분이 △친환경 소재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등에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에서는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전기차배터리와 폐플라스틱 솔루션 등에 5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방침으로, 현대자동차그룹도 수소자동차 설비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 등에 15조원을 쏟을 전망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7월14일 온라인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LG화학
LG그룹 역시 폐플라스틱 재가공과 배터리 등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힌 LG화학을 필두로 17조6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할 예정으로, 여기에 삼성전자의 계획 등이 포함된다면 국내 ESG 관련 투자액은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철광석 생산·수송 및 철강 제조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 없이 철강을 만들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알루미늄·석재·목재 등 기존 건축재 보다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강건재 제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산업·금융계의 ESG위원회 설립도 이어지고 있다. 이 중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생명·한화솔루션 등 전 상장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했으며, 현대중공업그룹도 9개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SK그룹의 경우 ESG위원회가 그룹 전반의 주요 경영전략 사항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30대그룹 중 절반이 넘는 16개 기업이 이미 ESG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으로, 51개사 중 39개가 ESG위원회 의무 및 역할을 명시하기도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7월1일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패러다임 시프트를 계기로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는 등 수익성 확대를 노리는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2050년 글로벌 플라스틱 수요 10억톤 중 60%를 리사이클 제품이 차지하는 등 600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매킨지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나 사장은 유럽에서 리사이클 제품이 기존 제품의 1.7배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친환경 비즈니스가 경제성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바이오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친환경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선업계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힘입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수주를 확대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추진선 등 CO2 배출량 감축을 특징으로 하는 선박의 저변도 넓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등 친환경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비용부담이 적지 않지만, 국내외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ESG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의 경우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도입 중인 일명 '탄소국경세'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