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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테마주 기상도] ②싸울수록 급등하는 '경영권 분쟁주'와 사기 어려운 '품절주'

2015-02-21 12:03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정해진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는 올라가고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는 내려간다. 그래서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일명 ‘황제주’는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유통주식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주가는 종목의 펀더멘털을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유통주식수가 줄어들면 그만큼의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이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액면분할을 줄기차게 요구해도 해당 기업들이 이를 꺼리는 것도 이런 프리미엄 때문이다. 올해 들어 증시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거나 유통주식의 수가 부족한 종목의 주가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 새해 초부터 경영권 분쟁으로 증시를 달군 김정주 넥슨 회장(왼쪽)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뉴시스
◇싸울수록 주가가 올라가는 ‘경영권 분쟁주’

주식시장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종목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한다. 대주주들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1월부터 주식시장을 달군 경영권 분쟁주는 단연 엔씨소프트다. 최대주주인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17만원 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20만원 선을 가볍게 회복했다. 주가 뿐 아니라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간의 관계도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김 대표의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까지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가 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사실 그간 경영권 분쟁은 덩치가 작은 코스닥 기업에서 주로 발생했다. 시가총액이 작다보니 그리 크지 않은 돈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할 수 있어서다. 시총이 큰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해외 사모펀드(PEF)나 기업 오너일가 간의 다툼으로 예외적으로 발생했다.

국내 게임업계 1, 2위 업체가 경영권 분쟁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과 김 대표의 친분을 고려할 때 주가를 띠우기 위한 음모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종의 합의 후에 경영권을 다투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오르면 두 사람 모두 손해 볼 것은 없다.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신일산업의 경영권 분쟁 역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 1200원이었던 신일산업의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 5월 2990원가지 올라갔다. 이후 경영권 분쟁 상황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오가고 있다.

노무사 출신인 슈퍼개미 황귀남씨가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이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결국 법원은 이달 초 황씨 측이 제기한 현 경영진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전부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황시 측이 신일산업의 최종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국내 부동산 신탁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도 1년 넘게 글로벌 PEF가 개입된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초 1660원이었던 주가는 올해 초 3950원까지 올라갔다.

2대주주 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동제약의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녹십자 측은 “적대적 M&A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동제약에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사 3명 중 2명을 녹십자 측 인사로 추천해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보내는 등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녹십자가 제약사가 아닌 M&A 전문사’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2000년 초반부터 활발한 M&A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밖에 슈퍼개미 손명완 세광 대표가 경영권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영화금속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매입하기 어려운 ‘품절주’

품절주 역시 올 초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구면서 하나의 테마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품절주란 시장 유통 물량이 적어 수요가 높아지는 주식을 말한다. 보통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이 많아 시중에 유통물량이 적어지는 현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이 좋은데 유통물량이 적어 발생하는 진정한 의미의 품절주보다는 작전세력이 개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품절주에는 신라섬유가 있다. 올해 첫 종가 3490원으로 시작한 신라섬유는 지난달 12일부터 상한가 ‘폭주’를 시작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지난달 28일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상한가 행진을 마무리하는 듯 했으나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주가가 4만6150원선까지 올라섰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거래소의 단기과열완화장치 발동과 매매정지, 조회공시 등은 주가의 폭주를 막는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신라섬유가 품절주가 된 데는 기이한 사연이 숨어있다. 지난해 4월 박성형 신라교역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상속절차를 진행하던 중 차명주식 82만 491주(16.89%)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최대주주가 신라교역 외 12명에서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재흥 신라섬유 사장 외 14명으로 바뀌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기존 73.54%(357만855주)에서 90.44%(439만1346주)로 높아지게 됐다. 일단 이 차명주식은 박 사장 명의의 계좌에 보관되고 있는 상태다. 사업보고서 제출기간인 3월말까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44%를 팔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들은 상속지분의 배분을 미루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90%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밖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를 넘으면서 덩치가 작은 편인 양지사, 세기상사, 삼화왕관과 신라에스지, 부산방직 등도 품절주로 거론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실적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투자에 위험이 따른다고 보면 된다”며 “테마주 테마의 근거가 비합리적인 것은 매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고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거래소 등 관련 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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