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향한 금융당국의 시선이 날카롭다. 시중은행의 대출을 억제하며 2금융권에서 이른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론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조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카드론은 일반적인 가계 대출들과 성격이 다르다며 전 금융권의 대출을 한꺼번에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이는 한 달 전보다 9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7월 기준으로 봤을 땐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내년엔 4%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개인별로 DSR를 40%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가 시행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줄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금융위원회가 최근 급증한 카드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DSR 적용 일정을 대폭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차주별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이 60%로, 카드론의 경우 내년 7월까지 규제가 유예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초고강도 규제에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제한이 이어지면서 DSR 60%의 적용을 받는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곳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0조3047억원보다 9.5%(2조8740억원)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이 카드론 DSR 규제를 조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론의 차주단위 DSR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입장을 밝혔지만 지속적으로 카드론 속도 조절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규제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7일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DSR 규제 강화 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와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는 카드론의 이용 목적 자체는 타 대출과 크게 다르다며, 금융당국의 카드론 DSR 조기 적용 검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은 일반적인 대출들과 달리 생계형 대출인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은 빚투, 부동산 투자 등을 막기 위해 가계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데 카드론은 이와 방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50대와 60대가 사용한 카드론이 9000억원 늘면서 전체 증가율의 58%을 차지했다
그는 "5060세대는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세대가 아닌 가계 자금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DSR 규제가 처음 언급됐을 때 역시 카드론 차주들은 실수요자가 많다고 여겨져 카드론에 한해 DSR 적용이 유예됐던 것"이라며 "카드론 DSR 조기 도입은 현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을 대출 절벽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