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최근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보은인사’ 논란을 빚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번에는 고문치사 사건의 가해자를 경기도 산하기관의 상임이사로 임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 대권주자는 이 지사의 인사 원칙을 거론하면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날 경향신문은 지난 4월 경기도 산하기관인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상임이사로 임명받은 정의찬 씨는 1997년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의 가해자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재단 상임이사의 임명권자는 이 지사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정 씨는 조선대 총학생회장이자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으로, 1997년 5월 27일 전남대 학생 행세를 하고 다니던 25세 이종권 씨를 학생회 사무실로 끌고가 '경찰 프락치'인 것을 자백하라며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하고 고문했다. 이 씨는 다음날 새벽 3시 계속된 폭행과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법원은 정 씨 등이 남북공동투쟁 결의대회에 대한 대학생들의 호응도가 저조하자, 학생운동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경찰 프락치' 계획을 강구했다고 판단했다. 정 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며, 5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이후 정 씨는 경기도지사 비서관, 광주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 월드컵재단 관리본부장 등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주택 정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김기흥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는 ‘억강부약’이라는 번듯한 말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경기 도정의 슬로건에도 ‘공정’이라는 단어가 또렷이 들어가 있는데, 이 지사의 인사 원칙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수석부대변인은 정 씨의 고문치사를 겨냥해 “이게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는 ‘억강부약’인가”라며 “‘경찰 측 프락치’라는 취지로 진술하라면서 이 씨를 쇠파이프 등으로 때렸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학생운동 활성화’라는 목적만 있었지,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을 대체 무슨 기준으로 연봉 1억 원에 가까운 자리에 임명하는가? 이게 공정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 지사의 인사에 이제는 ‘분노’가 아닌 ‘슬픔’과 ‘자괴감’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 백경훈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그토록 비판을 받고 있건만 이재명 지사의 마이웨이 독단인사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면서 “이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인사고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백 대변인은 “관련 보도 후 고문치사 가해자 정 씨는 도망가듯 사표를 제출했다”며 “이재명식 꼬리자르기로 끝날 일이 아니다. 몸통 이 후보는 해당 사태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최근 인사농단에 대해 책임지고 지사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희망캠프' 이기인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애먼 대학생을 경찰의 첩자로 의심해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으로 임명됐다"며 "이 지사는 하다하다 고문치사 가해자를 산하기관 재단 이사로 임명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무고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반인륜적 범죄인이라도 자신과 가까우면 자리를 챙겨주는 이 지사의 극악무도함이 여실히 드러난다"면서 "이제는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빠져있는 중간 목적어가 '부정채용'이었는지 이재명 지사가 직접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대체 고문치사 가해자가 경기도월드컵재단의 이사로 임명될 이유가 뭐냐. 경기도 산하기관이 이재명 측근들의 신분세탁소냐"며 "이재명 지사는 즉각 임명을 철회하고 고 이종권 씨의 유가족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