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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롤렉스 오픈런' 새벽에 줄서도 90%는 못 산다

2021-08-27 11:07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매장에 들어오신 고객분들 중 90% 이상이 구매를 하시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세요. 원하시는 물건이 없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남성용 41mm 이상 제품은 거의 만나보시기 어려울 거예요."

지난 2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후문 쪽에는 비가 오는데도 롤렉스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표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국내 한 롤렉스 매장 직원의 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면서 국내 명품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데도 매장 앞에는 물건을 사기 위한 긴 행렬이 새벽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소위 '오픈런'이라고 하는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새벽부터 이어졌다. 특히 샤넬과 롤렉스 매장 앞에서만 유독 긴 줄을 섰다. 

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샤넬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은 정문에서부터 신세계백화점 본관 오른쪽으로 줄을 서고 있었으며, 롤렉스는 루이비통 매장이 있는 후문에서부터 정문 쪽으로 줄을 서고 있었다.

해당 브랜드에서는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이다. 여타 브랜드와 달리 샤넬과 롤렉스는 중고 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세대와 시대를 뛰어 넘는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롤렉스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중에는 예비 신혼부부를 비롯해 재판매가 목적인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백화점 VIP회원 등급 획득 및 유지가 목적인 사람도 있었다. 

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백화점 발렛파킹과 라운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명품을 재판매해 현금화하고 백화점 실적과 포인트는 본인이 가져가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심지어 명품 매장 앞에 줄서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겨났을 정도다. 또 롤렉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구매에 성공하면 '성골', 프리미엄을 주고 사면 '피골', 해외에서 구매하면 '진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롤렉스 매장 앞에 줄서 있는 한 고객은 "결혼 예물시계로 롤렉스를 구매할 예정인데, 매 주말 아침마다 백화점 앞에 줄을 서고 있다"라며 "그런데 매장 안에 들어가도 원하는 모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롤렉스 직원이 문 앞에 나와 순서대로 대기표를 배부한다. 대기표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안내가 가는 방식이다. 본인의 입장 시간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카카오톡으로 본인의 순서가 돌아오는 것은 알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롤렉스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입구에서 대기표를 배포한다. 이 대기표를 받지 않으면 매장에 입장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사진=미디어펜


기자 역시 오전 10시 15분 쯤 대기표를 받았다. 이날 대기표를 받지 않고 매장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매장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7시 경이었다. 마침 이날은 신세계 본점 롤렉스 매장에 물건이 좀 들어왔는지 상담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있어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매장 앞에 대기했을 때 녹색의 롤렉스 종이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고객도 목격할 수 있었다. 

기자가 입장했을 때는 여성용 시계만 일부 있었을 뿐 남성용 시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롤렉스에 대한 인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롤렉스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수작업으로 만드는 시계 특성상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명품 브랜드에서 일부러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 공급을 줄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롤렉스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게 다반사지만, 유독 우리나라에 물건이 적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라며 "아무래도 롤렉스를 재판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스위스 본사에서도 알아, 물건을 통제한다는 말도 있다"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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