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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전세대출 증액, 현실화 어렵다"…한계 놓인 디지털금융

2021-08-27 13:2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전세값 폭등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진 가운데, 카카오뱅크에서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대출 증액을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전산 문제로 대출 증액이 어렵다는 것인데 점포를 갖춘 시중은행은 이를 오프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어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카뱅 측은 "국내 은행권 중 완전 비대면 방식으로 대출 증액을 현실화한 곳은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금융이 파죽지세의 모습을 띠었지만 정체기를 맞은 형국이다.

사진=각사 제공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의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추가 증액을 신청할 수 없다. 전산 상 문제로 증액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원회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전세 만기 연장 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전세계약의 신규와 연장을 구분하지 않고 대출 시 전산 상 신규 전입신고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주가 기존 대출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면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받아 상환 후 신규로 재대출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대출 심사기간 동안의 공백을 메울 수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카뱅에서 대출을 일으킨 차주들이 타행 신용대출을 끌어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첫 선을 보인 카뱅의 전세자금대출은 주요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자랑하고, 대출절차가 단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만의 강점이 발휘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값 폭등으로 보증금 증액을 요구하는 임대인이 많아지면서, 카뱅에서 대출을 일으킨 차주들로선 증액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카뱅 측은 현재보다 개발 프로젝트가 고도화돼야 비대면 증액신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뱅 관계자는 "비대면 전세대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만큼 단계적으로 상품이 고도화돼 왔다"며 "추가 증액은 현재 프로세스보다 더 큰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현재 (이를 위한)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추가 증액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은 상품 안내화면에도 고지돼 있다. 다른 은행도 비대면으로는 증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시중은행은 점포가 있어서 대출 추가심사가 수월하지만 카뱅은 점포가 없다보니 커버가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카뱅 전월세자금 대출 약관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자주묻는 질문' 코너에서 관련 내용을 직접 찾아서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전세대출을 희망하는 차주들로선 관련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자주묻는 질문' 내용의 일부. 카뱅은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보유하고 있으면 추가 신청을 못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 자료=카카오뱅크 모바일앱 캡처



오는 31일 비대면 전세대출을 출시하는 케이뱅크도 만기 연장은 가능하지만 증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케뱅 관계자는 "당장은 시스템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롭게) 출시하면서 관련 부분을 계속 개발하며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상품을 첫 출시하는 만큼 당장 증액으로 인한 애로사항은 없지만, 전세계약 특성상 향후 2년 내 완전 비대면 대출증액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전세대출을 운용 중인 시중은행도 전산 시스템 부재로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10월 KB국민·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전세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같은해 9월 13일 정부가 9·13 대책으로 꺼내놓은 강화된 대출 규제를 시중은행이 비대면 플랫폼 시스템에 반영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오히려 카뱅은 이를 충족하며 대출을 이어갔다. 

당시 정부는 은행권에 다주택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의 주택소유시스템 '홈즈'를 전산에 연결하도록 하는 한편, 배우자 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전세대출을 최종 승인하기 까지 최소 한차례 영업점을 방문하도록 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도 대출을 증액할 때에는 은행 영업점을 찾아야 한다. 카뱅처럼 전산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인데, 오히려 점포에서 추가 심사를 거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의 조화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사옥 내부 /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한편 카뱅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담보대출 운영 및 지원부문의 경력직 00명을 대거 채용한다고 이날 밝혔다. 경력을 갖춘 전문가를 대거 확보해 비대면의 한계를 뛰어 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카뱅에 따르면, 운영 부문은 카뱅 고객서비스팀에서 전월세보증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서류 접수부터 실행 등에 관한 대출 프로세스 전반을 담당한다. 금융권에서 4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 경력이 필수 지원 조건이다. 담보대출 운영지원 부문은 담보대출 상품의 서류 접수 업무를 담당하며, 금융권 경력이 총 1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카뱅 관계자는 "현재의 전월세보증금 대출뿐 아니라 추후 선보일 주담대 등 담보부 대출 상품을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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