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최근 ‘김밥집 집단 식중독’ 주범으로 비세척 달걀 껍데기에 붙은 살모넬라균이 지목되면서, ‘세척란’을 판매하는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30일 이마트에 따르면, 김밥전문점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직후(지난달 29일∼이달 2일)인 이달 3일부터 현재까지 계란 매출이 직전 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2% 가량 늘었다.
식중독 사건으로 불안한 소비자들이 세척란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을 찾는 것이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 컬리스 동물복지 유정란. 세척을 거쳐 냉장배송한다./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앞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김밥전문점 2개 지점에서 김밥을 사 먹은 276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40여 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 식중독 환자 절반의 가검물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모넬라균은 닭이나 오리, 돼지 등 가금류의 장내에 서식하는 식중독균이다. 닭의 경우 분변에 오염된 달걀에서 흔히 검출된다. 식품업계는 비세척란의 달걀 껍데기에 있던 살모넬라균이 달걀을 깨는 과정이나, 달걀 만진 손을 씻지 않고 조리를 하면서 칼이나 도마 등을 오염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음식점 등에서 비세척란을 사용하는 이유는 세척란에 비해 저렴하고, 보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구매한 계란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려면 달걀 껍질의 천연 보호막(큐티클) 보호를 위해 표면을 세척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온으로 유통하는 비세척란은 표면의 이물질을 솔이나 물로 닦아내는 정도라, 살모넬라균이 그대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 계란을 솔로 닦는 과정에서 상온에 균이 번질 수도 있다. 살모넬라균은 37℃ 온도에서 가장 잘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특히 취약하다.
국내에서 비세척란을 납품하는 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양계농가와 유통업체다. 세척과 냉장 유통을 위해서는 값비싼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사정이 어려워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세척란 표시도 잘 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가 구분하기 힘들다.
식중독 사태를 일으킨 음식점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이러한 비세척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차아염소산과 나트륨 등 살균소독수로 세척해 껍질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적다. 세척과정에서 달걀 껍질의 큐티클이 제거되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 보관·유통을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안전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간다”며 “국내 농가와 유통업체들의 자발적인 개선이 우선 돼야겠지만, 정부 당국도 비세척란 유통과 표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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