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점철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과제 입법의 마무리를 위해 일방적인 독주를, 상임위원장 일부를 되찾은 국민의힘은 강력한 대여투쟁을 각각 예고했다.
여야의 갈등은 8월 임시국회에서부터 이어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하루종일 내부 회의와 여야 협상을 거듭했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본회의 강행 처리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불사하더라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하더라도 국민의힘이 31일 자정까지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면 물리적 해법이 없다. 사실상 8월 회기내 처리가 무산된만큼 언론중재법은 9월 정기국회의 첫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8월 30일 국회에서 연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 참석하였다./사진=국민의힘 제공
9월 정기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이 재상정될 경우 180석의 범여권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여당의 언론중재법 일방 처리에 대해 “파고가 높은 상황들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의원님들께서 각오를 든든히 가지시고 반드시 이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들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선봉장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준석 대표도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고심 중이다.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주요 입법 과제로 한국판 뉴딜 2.0법과 세종의사당설치법, 신문법, 국방개혁법 등을 추진하기로 한 상황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1인 미디어 피해 구제법 등도 정기국회 내에 힘 있게 추진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국민의힘이 문화체육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면서 여당의 일방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됐다. 이에 상임위 일정 조율과 법안 심사를 두고 여야가 더 극단적으로 부딪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6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2021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는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인 탈원전 정책과 코로나19 방역 실패, 백신 부족 등에 대해 송곳 감사는 물론 정재계 인사들이 연루돼 수조 원대의 투자자 피해를 안긴 라임·옵티머스 사태도 다시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2022년 예산안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전시성 예산의 삭감을 요구할 경우 연말까지 국회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를 끝내고 예산국회를 원만하게 해야 내년 문재인 정부 사업들을 이어서 진행할 수 있다”며 “만약 예산국회가 파행되면 여당이 다수 의석이니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다음 정부 파열음을 이어받게 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언론중재법의 강행 처리 움직임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