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과의 거리가 먼 편이었던 국내 증권사들이 증시 열풍을 계기로 점점 존재감을 획득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사를 통해 가입이 가능한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숫자가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은행권과의 경쟁에도 불이 붙는 양상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ISA 가입자 수가 은행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16개 증권사의 ISA 가입자는 95만 400명(48.5%)까지 늘어났다. 이는 14개 은행 가입자의 99만 4900명(51.1%)에 거의 근접한 숫자다.
지난 2016년 ‘만능통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ISA 서비스가 개시한 이래로 ISA 가입은 은행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증권사 ISA 가입자는 15만 8600명 수준으로 은행의 182만명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 2월 국내 주식에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 ISA’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ISA 계좌를 통해 절세 효과까지 보려는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거 ‘머니무브’를 감행한 것이다.
오는 2023년부터 국내 주식도 과세 대상이 되면서 비과세 혜택을 받는 중개형 ISA의 메리트가 더욱 커졌다. 정부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2023년 이후부터 50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해 20~25%의 양도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단, 연금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개형 ISA를 통해 국내 주식투자를 할 경우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올해 신설된 중개형 ISA는 펀드, 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 국내 주식에도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비과세라는 장점 때문에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등 9개 증권사가 중개형 ISA를 출시한 이후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현재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도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은행의 경우 중개형 ISA 개설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적어도 ISA 경쟁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에서 개설된 ISA 계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탁형(5조 6885억원) 중 대부분인 5조 981억원이 예적금 등으로 운용되고 있어 판매사별로 유의미한 차이점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결국 중개형ISA는 작년부터 일고 있는 주식투자 열풍에 이어 고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촉매작용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ISA의 경우 연간 가입한도가 2000만원이지만 올해부터 이월 납입이 허용돼 일단 가입해 두는 것을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