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지난 5월 '불가리스 과대홍보 파문' 후 그룹 쇄신을 약속하며 진행해 온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3개월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결렬됐다. 매각 결렬 책임에 대한 매수인인 한앤컴퍼니와의 법적 공방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 외부 전경./사진=이서우 기자
홍 전 회장은 1일 계약 상대방인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밝혔다.
홍 전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5월 27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석 달이 지났음에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거래종결을 위해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매수인에게 전달하고 협의를 이어나가고자 했지만 한앤컴퍼니 측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거래가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이유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났음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30일 주주총회를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계약서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황급히 거래를 종결하려 하였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회장은 이어 “계약상으로도 8월 31일까지는 협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매수인은 이보다 일주일도 더 앞선 8월 23일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압박했다”며 “아직 계약이 유효함에도 (한앤컴퍼니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배하고 여러 차례 계약이나 협상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이 7월 30일 주식매매계약 종결 최종 선언을 앞두고 돌연 주주총회를 연기한데에 대해 "이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전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며 "남양유업이란 이름 안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그리고 고객들에게 있어 그것이 남양유업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대한 소송전이 진행 될 것도 암시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시간적,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며, 계약 과정에서 저를 기망한 사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검토할 것"이라며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노쇼’라고 저를 비방했던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예고했다.
홍 전 회장은 주주총회를 연기한 후 소송 전문 로펌 LKB앤파트너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으며 이어 한앤컴도 남양유업 M&A와 관련해 소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그는 "매수인은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협의는커녕 부당하게 가처분 신청마저 했다"며 "계약해제 통보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취하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1일 서울중앙지법은 한앤컴퍼니가 홍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 주식 매각을 금지함에 따라 홍 전 회장이 다른 매수자를 찾는 것 또한 어려워졌다.
홍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