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대출 못받을까 만든 '마통'…안쓰면 한도 줄인다

2021-09-03 13:5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면서 막판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폭증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 탓에 예비 차주들이 묻지마 식으로 '마통'을 개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주가 마통을 개설한 후 설정 한도액 대비 이용실적이 부진하면 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쓰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마통 이용액이 부진하면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만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마통 이용액이 설정 한도의 10%를 넘기지 않으면 한도를 최대 20% 축소하는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대출 한도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신규대출이거나 기한을 연장하는 경우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5월부터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 대출을 연장하거나 재약정하는 경우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마통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에 한정해 이용액이 부진하면 연장시 최대 50%까지 한도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설정 한도액 5000만원을 초과하는 마통에 한해 이용액이 한도 대비 50% 이하인 경우, 한도를 최대 30% 줄인다. 다만 과거부터 한도 대비 사용액이 부진한 차주를 대상으로 한도를 줄여온 데다, 중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 마통 한도를 줄여온 만큼 당국의 대출규제와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또 1년 단위로 마통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데 차주가 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많이 일으킨 경우 동일 조건으로 마통을 개설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뱅 관계자는 "마통은 1년 기준이다. (1년이면) 시중금리가 변할 수 있는 데다 차주 신용도에 따라 한도와 금리가 조정될 수 있어 조건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케이뱅크는 이들 은행과 달리 신규 마통 최대 한도를 1억 5000만원으로 설정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케뱅을 제외한 이들 은행은 신규 마통 최대 한도를 최근 5000만원으로 묶은 상태다. 은행들이 일제히 만기 연장시 최대 한도를 축소하는 건 마통 한도만큼 충당금을 확보해야 하는 게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들이 마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묻지마 식으로 잇달아 개설하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마통은 최대 한도액을 규제 상한선까지 자유롭게 설정한 후 계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통장을 개설한 후 쓰지 않아도 이자부담이 없는 데다, 쓴 금액에 따라 이자를 지불하면 된다. 차주로선 급전이 필요할 때 계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은행들은 설정 한도액만큼 충당금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으로선 마통 한도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출을 줄여 금융당국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통을 개설하면 은행이 한도액만큼 충당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은행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마통 연장시 사용액이 부진한 차주를 대상으로 한도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조이기 압박 소식이 세간을 뒤흔들면서 마통 개설 건수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23~27일 마이너스 통장 개설 건수는 1만 1274건으로 나타났다. 8월 첫째 주 개설 건수 6363건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달 30일과 31일에는 시중은행에서 5329개의 마통이 새롭게 개설돼 역대급 수치를 거뒀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