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직 시절인 지난해 총선 직전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당내에서는 ‘여권발 정치공세’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과 대선판이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인터넷 언론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보도로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등이 피해를 보도록 관여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등 여권 인사 11명을 고발하라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발장은 고발인 칸을 비운 채, 당시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를 통해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해당 매체의 주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사진=윤석열 예비후보 측 선거캠프 제공
윤석열 "어이없는 일, 상식에 맞춰 판단해야...있으면 증거를 대라"
윤 전 총장은 3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이없는 일이다. 상식에 비춰서 판단을 부탁한다”면서 “있으면 (증거를) 대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어 “고발을 사주했으면 고발이 왜 안 됐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작년 1월 정권 비리 수사하던 검사들뿐 아니라 그 입장을 옹호한 검사들까지 다 보복 인사로 내쫓아서 민심 흉흉했던 거 기억하시죠"라며 "뭔가 고발해도 이 정부에 불리한 사건은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고소해도 수사를 할까 말까인데, 고발한다고 수사가 되나. 야당이 고발하면 더 안 하지"라며 "사주한다는 게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작년에 채널A 사건을 보라"라며 "무슨 검언유착이라고 해서 총선 앞두고 매체 동원하더니, 1년 넘게 재판해서 드러난 게 뭐냐. 결국 선거를 위한 권언 정치공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뭘 하자는 건지, 이런 거 한두 번 겪은 거 아니잖나"라고 날을 세웠다.
당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에 대해선 "손 검사가 그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나"라며 "그걸 내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총장, 서울지검장 할 때 누구에게 누구 고발하라 한 적도 없지만, 상황 자체도 그럴 이유가 없었다"면서 "고발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 "검찰총장 양해 없이 가능했겠나, 이건 묵시적 지시설"
최재형 "지휘책임 자유롭지 않지만, 공작이라면 정권퇴진 운동"
이같은 의혹이 알려지자 당장 당내 경쟁상대인 홍준표 의원과 장성민 전 의원이 앞장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검사 출신의 홍 의원은 지난 2일 울산광역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 직속 보고 기관인데 검찰총장의 양해가 없이 가능했겠냐"며 "윤 전 총장이 활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전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 이론대로 하면 이건 '묵시적 지시설'이 된다"고 날을 세웠다.
장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이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선명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더는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면서 “윤 전 총장이 당을 자신의 엄호막 혹은 보호막으로 사용하면서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당은 중대결심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중대 결심은 출당조치를 포함한 사퇴론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왼쪽부터), 홍준표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사진=미디어펜
반면 대선주자들 내에서는 윤 전 총장과 해당 매체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신중 모드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주장처럼 여권의 정치공작일 경우를 감안해 당내 비방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판사 출신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지휘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윤 후보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은 이어 “만일 이 시간이 윤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정치적 공작이라면 저부터 앞장서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정치공작은 반드시 뿌리 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 의원도 “당 소속 경선 후보를 향한 여권발 네거티브 공세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보인다”면서 “당연히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 역시 져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폭로와 그를 이용한 여권의 정치 공작 칼춤에 우리부터 휘둘려서야 되겠습니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면서도 “보도된 자료가 유출된 경위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 사실관계 확인이 최우선이며 정치 공세로 악용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당내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 개인뿐만 아니라 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야권 전체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야권의 정치공작일 수도 있는데 흔들리는 당과 네거티브 버스에 올라타는 일부 후보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이준석 "심각한 문제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로 단언 어렵다, 당무감사 진행"
당 지도부는 일단 당무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면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무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 시작점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언론보도가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받았다는 의혹도 당무감사 대상이라고 말한 뒤 “당 법률지원단에 계신 분들도 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부분을 더 엄격하게 당무감사에서 밝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 후보의 개입이 있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데에 동의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여러 가지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에서 이런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김오수 검찰총장께서도 감찰을 진행할 게 있으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해주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