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방향 발표
고소득층 주택담보대출 중심 가계부채 대안과 동시에 저소득층 한계가구 지원 대책 등 투 트랙 방식 도입 필요
[미디어펜=김재현기자] 106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마련했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못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반면 잘 사는 사람들의 하우스푸어 걱정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 대응책이 아닌 부동산대책인 셈이다.
▲ 금융위원회는 26일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방향을 발표하면서 그간 가계부채 대응책으로 가계대출이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은 빠져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뉴시스 |
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 가계부채 총량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060조3000억원으로 판매신용(57조4000억원)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002조9000억원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554조6000억원으로 55.3%의 비중을 차지했다. 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448조3000억원(비중 44.7%)이다. 업권별로는 은행 501조9000억원, 비은행 354조2000억원, 기타 기관 146조8000억원이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가계건전성 측면에서 다양한 가계소득 제고 노력과 함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맞춤형 금융지원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2012년 2월 제2금융권 가계부채 보완대책, 2013년 하우스푸어와 부채상환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속도 안정화, 대출구조 개선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합리화 대책 이후 가계대출의 양적 규모는 예년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감액을 보면 2013년 1~7월까지 19조2000억원에서 2014년 같은 기간 19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2013년 8~12월까지 21조5000억원 증가했던 것이 2014년 8~12월까지 39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 국장은 "가계대출이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전체 가계부채의 약 70%를 보유하고 있어 전반적인 상환능력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비중을 보면 1분위 4.3%, 2분위 11.4%, 3분위 14.6%, 4분위 22.5%, 5분위 47.2%다.
이는 주택 구매 등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빚 상환 능력도 높기 때문에 생각만큼 가계부채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구조개선 방안으로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가계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안심전환대출)'을 20조원 한도로 추진하고 상호금융권 상가, 토지담보대출 관리 강화 등 과도한 외형확장 억제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가 가급적으로 증가하지 않도록 기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대출 전환과정에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고 대출금을 나눠 갚으면서 만기 일시상환의 부담도 경감된다"며 "장기 주담대에 대한 이자비용 소득공제에 따라 세금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가계부책 대책 발표에서 저소득층을 간과하고 있다. 저소득층 부채 부담이 크고 가계대출이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등 가계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은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가계부채 상환능력 분석과 시사점-DSR을 중심으로'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취약계층의 부채상환능력 악화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4분기 이후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소득분위별로 소득 1분위, 연령별로는 50세 이상 계층의 상환능력은 여전히 미흡한 형편이다. 취약계층은 소득여건이 악화될 경우 채무상환능력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다. 또한 경기 호전에 따라 가계의 소득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더라도 소득여건 개선이 가장 더디게 이뤄지거나 개선폭이 크지 않는 계층이다.
소득이 낮은 1분위는 29.2%의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소득이 높은 4~5분위는 각각 73.6%, 72.6%의 금융부채를 떠안고 있다.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많은 가구가 금융부채를 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소득 3분위 이상 가계 중 70% 이상 금융부채를 지고 있지만 이들 가계의 부채상환부담률(DSR)은 14% 이하여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지 않다.
반대로 소득 분위가 낮은 저소득가계의 경우, 이중 30% 미만이 금융부채를 지고 있지만 이들 가계의 DSR은 24.3%로 원리금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따라 원리금 상환부담은 주로 저소득층 금융부채 보유가구에서 크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가계부채 고위험군이 234만가구, 한계가구는 137만 가구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가계부채 한계가구 분석' 자료를 보면, 빚에 허덕이는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12.5%, 137만 가구에 달했다. 또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가 넘는 가게부채 고위험군은 19.4%에 이른다.
통상 DSR이 40%를 초과하면 가계부채 고위험군(잠재적 한계가구)으로 분류된다. 저소득층일수록 한계가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소득 1분위의 28.6%가 고위험군이며 21.7%는 한계가구에 해당한다. 2분위의 경우 각각 24.5%, 16.4%다. 종사자별로는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와 무직, 불완전취업자 등 기타가구에서 높게 나타났다. 자영자 가구의 넷 중 하나가 고위험군이며 15.3%는 한계가구에 해당하는 셈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국민행복기금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은 취약계층의 상환압박 완화에 별 실효성이 없었다"며 "가계부채 취약계층에 파격적인 채무조정을 비롯한 선제적인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5년 한국경제 진단, 저성장·저물가·저수익성' 보고서에 따르면, 고금리의 비은행권 대출이 저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전환되는 가계의 대출 갈아타기는 애초 기대보다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은 19조6000억원 증가했지만 비은행예금취급 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줄지 않았다.
이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가계의 부족한 생계비 충당이나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늘고 있고 가계부채가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으로 빠르게 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채를 통해 주택구매한 계층이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 푸어 양산과 더불어 매물이 쏟아져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또한 소득이 낮은 사람의 부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생활비, 긴급자금 등으로 빚을 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투 트랙(Two-track)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