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한라가 최근 2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면서 모회사 한라홀딩스가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서 일단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라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01만6341주(2.1%)를 소각하고 한라홀딩스의 전환우선주 81만9537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매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40%까지 현금배당과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는 내용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했다.
한라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라의 전환우선주는 총 1017만4420주다. 2013년 4월 발행한 무의결권 배당우선 전환주식으로 9년 후 1년 이내에 1:5의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조건을 달고 있다. 이번에 한라는 우선주의 8.1%를 주당 3만505원, 약 250억원에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라는 자사주 소각 결정에 대해 “2019년부터 수주·매출·이익 등 모든 부분에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들도 조기에 완판되고 있다”며 “회사의 재무적 여력이 증대되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성장을 위한 재원 마련과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라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2018년 1조1653억원에서 2019년 1조1985억원, 지난해 1조442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71억원에서 482억원, 804억원으로 증가했다. 한라의 지난해말 건설계약 잔액은 3조4085억원으로 2019년말(2조8773억원)보다 18.5% 늘었다.
한라가 자사주 매입을 해주는 덕분에 한라홀딩스는 바닥을 드러낸 유동성을 다소나마 보충할 수 있게 됐다. 한라홀딩스는 6월말 현재 약 16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6일 자동차 부품업을 하는 자회사 위코에 1340억원을 현금출자하기로 했다. 한라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한라홀딩스가 위코에 출자하기로 한 직후 이루어졌다.
한라 이사회는 250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함께 680억원을 단기차입키로 했다. 자사주 매입에 소요될 현금을 빚을 내 마련하는 셈이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한라가 한라홀딩스의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식으로 한라홀딩스의 빠져나간 현금 잔고를 채워준 모양새다”며 “향후 당기순이익의 40%까지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에 쓰기로 했으니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우선주를 추가로 매입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