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글로벌 톱 철강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철강사업 본원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 확보가 가능한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전 세계 36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7회 연속 1위에 선정됐다. 이는 기술력 부문에서 높은 인정을 받은 결과다.
올해 포스코 R&D의 투자방향은 본원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달 초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앞으로 포스코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한 고유기술을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철강분야에서는 자동차용 고기능 고강도강 등 수익성 향상을 위한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 점유비율을 3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제품 외에도 고객에 대한 기술지원과 영업지원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공급, 고객의 가치경쟁력을 강화하는 솔루션마케팅과 고유기술 판매활동을 통해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기술연구원·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R&D 핵심기지로
26일 회사에 따르면 포스코의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R&D 거점은 포스코기술연구원,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3개 기관으로 상호간 유기적인 산학연 협동연구개발체제를 구축, 운영 중에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일본 등 세계 철강업계는 이른바 ‘부메랑효과’를 들며 포스코에 대한 기술이전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에 주요 선진국 간 기술개발 경쟁, 포스코에 대한 견제 강화, 국내 경영환경 악화 등은 회사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적인 경영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우위 선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한 수익성 배가를 달성해 세계 최고의 철강사의 위치를 지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1977년 1월 포스코기술연구원 설립 이후 1986년 12월 포스텍 개교와 1987년 3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창립으로 국내 최초의 독특한 산학연 협동연구개발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3차례의 연구개발체제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과 효율을 제고하면서 고유기술 확보에 집중해왔다
포스코기술연구원은 포스코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포항과 광양, 송도연구소로 구성돼 있으며 철강공정, 제품 및 제품이용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서는 신소재와 그린에너지 연구활동을 벌이면서 리튬, 연료전지 등 현재 포스코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연구 진행이 한창이다.
또 포스텍은 기초연구는 물론 미래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수의 영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소재와 철강의 미래 첨단연구에 집중에 산학연 협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의 연구개발 투자는 산학연 협동 연구개발체제 구축과 함께 꾸준히 증가해 1989년 매출액 대비 0.93%에서 지난해 4800여억원(단독기준)을 집행하면서 실적기준 세계 철강사 중 톱 수준인 매출액 대비 1.64%를 유지하고 있다.
▲ 포스코 파이넥스 공장 전경 |
포스코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파이넥스(FINEX)와 CEM(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 기술 등 혁신공정기술은 상업적 기술완성도를 제고해 기술수출 기반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제조기술력 고도화를 통해 경쟁사 대비 기술격차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만의 고유기술인 파이넥스공법은 포스코가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돌입한 이래 310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해 1999년 파일럿플랜트 가동, 2003년 60만톤 규모의 데모플랜트인 파이넥스 1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연산 150만톤 규모의 상용화 설비인 파이넥스 2공장을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또한 지난해 1월부터는 같은 투자비로 약 30% 더 많은 생산량을 갖춘 ‘Slim FINEX’인 2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을 가동 중에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수백 년 이상 이어온 용광로를 대체할 포스코 고유의 제철공법으로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자연 상태의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혁신 기술이다. 원료를 예비처리하는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바로 사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 용광로 대비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이며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은 각각 40%와 15%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비산먼지도 71% 정도으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파이넥스는 ‘쇳물은 용광로에서 생산된다’는 철강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세계 제철역사에 한 획을 그은 창조적 혁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CEM(Compact Endless cast-rolling Mill, 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 기술은 고속주조를 통해 작은 동력으로도 기존 대비 얇고 고장력인 철강제품의 생산이 가능한 신기술이다. 제품 톤당 총 에너지 사용량도 기존 설비 대비 약 30~40%인 친환경 프로세스로서 현재 해외 엔지니어링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진행 중에 있다.
파이넥스, CEM 기술과 더불어 포스코는 원천소재 등의 신사업 분야에서도 고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신성장 사업의 선택과 집중으로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 사업의 상업화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리튬과 니켈 등 고기능 원천소재를 집중 육성해 고유기술인 리튬직접 추출기술의 글로벌 상업화를 추진하고, 니켈융복합제련 기술의 단계별 상업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급변하는 시장과 경쟁 환경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도록 지속적으로 성과를 점검하는 등 리스크 중점관리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고유기술 개발, 판매로 새 비즈니스 모델 구축
▲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오준 회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신성장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고기능 신소재 쪽으로는 니켈과 리튬 육성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리튬은 포스코가 2010년 염수리튬의 고효율 추출법(리튬 직접 추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2013년 칠레에 파일럿플랜트를 구축해 리튬추출 시연에 성공했다. 평균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 소요되는 기존 자연증발식 리튬추출법과 달리, 포스코는 화학반응을 이용해 최단 8시간에서 최장 1개월 내 고순도의 리튬을 생산이 가능하다. 리튬 회수율 역시 기존 자연증발방식의 20%에서 80% 이상으로 높아 경제적으로도 우수하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튬 직접 추출기술이 적용된 대용량 실증플랜트는 탄산리튬 연 200톤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 8월 플랜트 설비가 한국에서 출발한 뒤 약 4개월의 운송 및 건설 기간을 거쳐 완성됐으며, 이후 정상 가동을 통해 리튬 직접 추출기술의 최종 검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리튬은 전기차(EV)는 물론 노트북PC나 휴대전화 등 휴대기기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필수소재다. 최근 2차전지 관련 사업이 지속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본격 활성화되면서 리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원천소재 관련 신사업인 니켈 관련해서는 니켈융복합제련 고유기술의 단계별 상업화를 계획중이 있다. 포스코 고유의 니켈융복합제련 기술인 PosNEP(POSCO New Nickel Extraction Process)은 고품위 니켈 광석의 고갈을 대비해 니켈이1% 함유된 저품위광을 활용한 세계 최초 습식제련 기술이다.
지난 2014년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6월 파일럿플랜트 2공장으로 기술 검증을 완료하였으며 향후 PosNEP 데모플랜트를 올 하반기 광양에 설치하여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 입지 및 적정규모 등 면밀한 사전 점검을 통한 최적의 추진방안 수립하고 인니, 뉴칼레도니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안정적 저가원료를 확보함으로써 사업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