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 속도를 올리기 위해 각종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노후도가 높고 뉴타운 정비사업이 해제된 이후 지체되고 있는 지역의 재개발이 활성화 될 가능성에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로 재개발 기대감이 실리고 있는 서울시 성북구 전경./사진=미디어펜
서울시와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을 가결시켰다. 변경안의 내용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전면 도입, 주민 동의 절차 간소화 및 동의율 변경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변경안을 통해 서울시 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 온 주거정비지수제가 6년만에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법적 지정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구역 지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에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는 서울시 재개발 사업시 주민동의율과 건물의 노후도 등을 부문별로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재개발사업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당시 박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도시 재생'을 뒷받침하고 정비사업을 규제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단지의 노후도, 구역 면적 등에 대한 현행법적 요건에 더해 '대상지 선정기준 충족', '주거정비지수 70점 이상', '도시계획 심의' 등 3단계의 정량적·정성적 평가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현재 서울 시내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주거지 가운데 법적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은 약 50%에 달하지만 이 제도의 규제를 받으면 재개발 가능 지역은 14%로 축소된다. 때문에 이 제도는 노후도가 심각한 지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주거정비지수제가 시행된 2015년부터 서울시내 신규 지정된 재개발 구역이 한 건도 없었다.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 됨에 따라 노후도가 높고 뉴타운 해제 지역이 많은 강북 지역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 등 노후 건물수가 많지만 신축 빌라 등이 다수 들어서 연면적 노후도 점수가 낮은 지역들도 기대감이 높다.
후보 시절부터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강조한 오 시장은 당시 공약으로 주거정비지수제를 없애고 노후주거지의 신규구역지정을 활성화해 연간 7000가구씩 5년간 3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면 재개발 구역지정을 위한 법적요건 필수항목을 충족하고 선택항목 중 1개 이상을 충족하기만 하면 재개발 사업이 가능해진다. 재개발 구역지정 법적 필수항목은 △노후도 동수 ⅔이상 △구역면적 1㎡ 이상이며, 선택항목은 △노후도 연면적 ⅔이상 △주택접도율 40% △과소필지 40% △호수밀도 60세대/ha 등이다.
이와 함께 이번 가결된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 중 신속통합기획 전면도입으로 구역 지정 소요 기간이 기존 5년 이상에서 2년 이내로 단축된다. 주민 동의율 확인절차는 기존 '사전검토 요청', '사전타당성 조사', '정비계획 수립' 등 3단계에서 사전타당성 조사가 빠진 2단계로 단축된다. 다만 사전검토 요청 단계의 동의율 기준은 기존 10%에서 30%로 상향된다.
변경 내용이 적용되는 대상은 고시일인 오는 23일 이후 신규 사전검토 요청 구역, 주거정비지수를 충족하면서 기존 사전검토 및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구역이다. 서울시는 기본계획 변경 고시 이후 변경 내용을 적용하는 첫 민간 재개발 후보지를 공모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한 재개발 추진 지역 관계자는 "주거지 낙후가 심해 주민 동의는 애초부터 충족요건을 달성했으나 주거정비지수제의 벽을 넘지 못한 다수의 지역들은 이번 재개발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이 추진 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