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2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약을 두고 ‘베끼기 논란’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적극 반박하는 와중에 “후보들도 제 공약은 얼마든지 쓰시라. 특허권이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중계된 대선 경선 후보자 2차 방송토론회에는 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가나다 순) 등 8명의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포문은 홍 의원이 열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부동산, 대북 공약에 대해 "윤 후보 공약을 보면 정세균, 이낙연, 송영길, 유승민 공약을 짬뽕했더라"라면서 “국익 우선주의라는 말도 제가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국익 우선주의는 누가 못쓰겠나”라고 반박했고, 홍 의원은 재차 “자기 공약이 아니라 참모들이 써 준 공약이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도 재차 “무슨 문제가 있나. 아니 국익 우선주의라는 말도 특허가 있나”라고 꼬집으면서 웃음을 보였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3일 대선 경선 후보자 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 전 총장 공약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카피 닌자'라고 비꼬았다.
원 전 지사는 "윤 후보 소상공인 공약은 제 공약을 갖다 쓰셨다. 정책을 갖다 쓰는건 좋은데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나오는 인기 캐릭터에 빗대서 '카피 닌자'라는 별명이 붙은 건 혹시 아시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러 후보 공약을 갖다 쓸 수는 있다"면서도 "공약에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인식, 수많은 현실 문제에 대한 토론이 묻어 있어야는데 그게 없이 말과 아이디어만 내놓으면 현실에 부딪혔을때 힘이 발휘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이빨과 발톱에 갈기갈기 상처받을 가능성이 많은 만큼 원팀 정신에서 공통 공약을 만들고 정책 토론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군필자 주택청약시 가산부여’ 공약을 표절이라고 주장하면서 “제 공약과 가점 5점 등 숫자까지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청약 가산 5점을 제가 베꼈다고 하는데 이게 원래 하태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들어있던 내용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캠프 전문가 그룹이 제대한 청년들을 상대로 일일이 인터뷰를 해서 모은 공약이다. 그 100가지 중 하나인데 공약을 베꼈다고 하는 건 무리지 않나"라고 맞섰다.
유 전 의원은 "미국 선거에선 공약 표절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치가 선진화되어 갈수록 그렇다. 이재명은 정정당당하게 이낙연의 ESG법안을 얘기했다"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우리 당 어느 후보도 제 공약은 뭐 얼마든지 쓰시라. 특허권이 없다"고 말했고, 유 전 의원은 "저는 별로 갖다 쓰고싶은 생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이 23일 대선 경선 후보자 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윤석열, 홍준표 대북 공약 겨냥해 "향후 핵협상에서 국익에 굉장한 손해 갈 수도"
이와 함께 이날 토론회에서는 후보들 간 신경전도 발생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대북공약인 ‘나토식 핵공유 및 자체 핵무장 검토’를 지적하면서 “국민들한테는 (핵무장 주장이) 사이다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향후 핵협상에서 국익에 굉장한 손해가 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홍 의원은 “과거 슈미트 수상이 구소련이 핵·미사일을 동유럽에 배치하면서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해달라 했다”면서 “그때 미국이 거절하자 슈미트 수상이 프랑스와 영국처럼 ‘핵개발하겠다’하자 전술핵을 재배치했다”고 받아쳤다.
홍 의원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비유한 점을 언급하면서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하면서 무기를 사용하라고 했다. 마약 사범으로 검거하는 과정에서 피살 사건이 1000여명 이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이야기한 것은 사형이 확정된 흉악범은 형소법 465조에 따라 6개월 내 사형을 집행해야 하니 법무부 장관에게 이를 지시하겠다는 것이다. 그건 두테르테식하고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홍 후보가 (사형제 집행 관련) 말한 것을 언론에서 기사로 딱 봤을 때는 ‘흉악범은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보였다”며 “대통령이 사법 절차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범죄 예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대답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왼쪽)과 홍준표 의원이 23일 대선 경선 후보자 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하태경, 1차 토론회 '조국수홍' 이어 "조국과 썸타고 있는 게 또 있더라" 공세
지난 1차 TV토론회에서 홍 의원에게 ‘조국수홍’이라는 호칭을 안겨준 하태경 의원은 이번에도 홍 의원을 집중 겨냥했다.
하 의원은 “제가 또 살펴보니 조국과 썸타고 있는 게 또 있더라. 지난 8월 14일 공약을 발표했는데, 검수완박 공약을 하지 않았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검찰 때문에 대한민국이 혼란스럽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충수사만 하자고 했는데, 홍 후보는 보완수사만 허용하자고 했다. 이게 평소 소신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홍 의원은 "선진국 시대에 들어가면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를 독립 시켜 한국의 FBI로 만들고 전 수사권을 거기에 주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 후보는 "5년 전 대선 때는 FBI 얘기도 안 했고 검찰 수사권 폐지 이야기도 안 했다. 이번에 왜 굳이 검수완박 공약을 한 것은 계속 조국 지지하는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서 질문을 했다"고 재차 공격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중에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 나라가 어디 있냐"며 "'선진국 시대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 못하고 있지 않냐"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대선 경선 후보자 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홍준표 "배신자 프레임" 지적, 유승민 "내가 배신자? 최순실은 충신이냐" 반박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은 “아픈 질문을 하겠다.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라고 꼬집었고, 유 전 의원은 “저는 이제까지 정치하면서 박근혜 탄핵 이런 문제에 대해 한 번도 홍 후보와 같이 여러 번 말을 바꾸지 않았다. 저는 일관되게 탄핵은 양심과 소신에 따라 정당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받아쳤다.
유 전 의원은 오히려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리할 때는 이용했다가 불리할 때는 그냥 뱉어버리는 그런 식으로 여러 번 말을 바꾼 데 대해서는 정말 정치인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다”고 역공을 가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그럼 배신자 프레임을 계속 안고 나가겠다는 건가”라고 받아쳤고, 유 전 의원은 “홍 후보가 진정한 배신자다. 그렇게 말을 바꾸는 게 배신이다. 그게 소신이냐. 제가 배신자면 최순실은 충신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홍 의원은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갔을 때 대환영을 받았다”고 재차 압박했고, 유 전 의원은 “그건 오신 분들이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시민이 아니고 전부 다 우리공화당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저는 그분들이 아무리 길을 막아도 제가 정치하기 전부터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했기 때문에 꿋꿋하게 가서 참배도 하고 방명록도 쓰고 돌아왔다. 그분들한테 환영받은 걸 그걸 자랑이라고 말할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 역시 “저는 한 번도 말을 바꾼 적 없다”며 “이제 할 게 없으니 그런 프레임을 씌워보려고 하는데 참 어이없는 짓”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