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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한항공 MRO 분리 매각론…경쟁력 약화는 누가 책임지나

2021-09-24 12:57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정부는 세계 7위 항공 운송 산업 규모에 걸맞게 국내 항공 정비(MRO) 업계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 시장 규모를 7배 이상 확대해 관련 업계 육성을 기대한다."

지난달 12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항공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계획안은 △국내 MRO 물량 확대 지원 △가격 경쟁력 확보 △항공 정비 기술 역량 강화 △MRO 산업 성장 기반 강화 등을 골자로 하며, 해당 분야 일자리 수도 현재 7000여명 수준에서 2만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토부는 태생적으로 항공사 편을 들 수 밖에 없으니 기계로봇항공과를 둔 산업통상자원부에 MRO 산업 육성을 일임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항공 관련 정부 부처 관리 감독 권한이 넘어가거나 이원화되면 산업 경쟁력 강화는 커녕 주무부처 개념도 흐릿해져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인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과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 MRO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한항공이 자체 정비를 통해 수익을 도모하는 건 한국산업은행이 8000억원이나 되는 공적 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음을 의미한다"며 "정비 사업부를 따로 떼내 매각하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2000여명에 달하는 정비 인력을 지닌 대한항공이 자사 항공기 MRO에만 주력하고 있어 타 항공사 물량 받기를 어려워 한다"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시장 독과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지난해 정비 사업 매출이 5647억원 규모였다는 지적도 있다.

과연 사실일까. 항간에서 주장하는 매출은 지난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전체 몫이고, 정작 코로나 영향으로 영업손실은 128억7600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김해 테크센터./사진=유튜브 채널 GLEAM music '대한항공 (KOREAN AIR) film'편 캡처



대한항공 MRO 사업은 단순 항공기 유지 보수·정비·운항을 위한 게 아니다. 1976년 출범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민항기 제작 △무인기 사업 △군용기 MRO △민항기 MRO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보잉·에어버스 등의 민항기 부품 설계·개발·제작·공정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군용기 성능 개량·창정비도 수행하고 있어 MRO로 쌓아올린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명실상부한 대한항공의 R&D 센터이자 대한민국 항공우주연구개발의 산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정비를 담당하는 정비본부와는 별개로 민항기 중정비·개조(MRO & Modification), 항공기 전자/보기 부품 정비도 맡고 있어 어깨가 무거운 부서라고 할 수 있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무궁화 1호 위성 사업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팀 코리아) 등에 참여한 바 있고, 육군에 무인 500MD 헬리콥터와 드론을 납품하는 등 화려한 실적을 자랑한다. 이 정도면 가히 'K-NASA'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대한항공 정비본부 소속 엔지니어들이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정비 격납고에서 A380-800 항공기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사진=연합뉴스



이 모든 게 수십년 간 쌓아온 MRO 경험을 통해 이뤄진 것인데 시민단체와 업계가 정비 부문만 매각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대한항공에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째로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는 민간 기업 경영에 대한 침해 행위다.

설령 대한항공 MRO 사업부문에 대한 강제 매각이 이뤄진다 한들 국내 어느 회사가 이만한 역량을 끌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랜 기간 항공기를 운용하며 엔진과 기타 부품들을 뜯어보고 조립해온 대한항공 인력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수직 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었을텐데, 루프트한자 테크닉 등 세계 유수의 항공 MRO 기업들이 담당 부서를 헐값에 사가면 그땐 국부 유출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다. 그저 반(反)기업·반시장적 정서에만 입각해 감정적으로만 매각론에 접근했다. 현실화 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대한항공의 MRO 경쟁력 저하는 누가 책임질 수 있나. 따라서 대한항공 MRO 분리 매각은 함부로 꺼내 들 사안이 아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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