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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전투 국군유해 68구 ‘71년만의 귀환’…문대통령 봉환식 주관

2021-09-24 12:3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6.25전쟁 중 장진호전투에서 숨진 고 김석주 정환조 일병을 포함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용사 유해 68구가 71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미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유해와 함께 귀국한 직후인 23일 오후9시30분쯤 서울공항에서 유해 봉환식을 주관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 일정 마지막으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국군 유해 68구를 인수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주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23일 밤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귀국한 국군 전사자 유해가 하기되고 있다. 2021.9.23./사진=청와대


이번에 봉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는 모두 한국전쟁 당시 미군 카투사에 속해 북한지역에서 싸우다 숨진 전사자들이다. 이후 북한지역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미군 유해와 섞여서 미국측에 전달됐다가 한국군 유해로 분류돼 다시 고국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봉환식에 앞서 고국으로 귀환하는 호국용사들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문 대통령은 고 김석주·정환조 일병이 잠든 소관을 공군 1호기 좌석에 모셨고 국방부 의장대 소속 의장병 2인을 소관 앞 좌석에 배치함으로써 비행시간 동안에도 영웅의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밤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함께 귀국한 국군 전사자 유해에 경례하고 있다. 2021.9.23./사진=청와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66인의 영웅들은 서욱 국방장관과 함께 공군 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탑승해 귀환했다. 국군 유해를 봉환하는 항공기가 영공에 진입할 때 F-15K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엄호비행을 하도록 했다.

공군 1호기와 시그너스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할 때 공군1호기 기장은 기내 안내방송을 통해 “영웅들의 귀환을 맞이하기 위해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편대가 호위비행을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밤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함께 귀국한 국군 전사자 유해 하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1.9.23./사진=청와대

공중엄호기 임무편대장은 호위 보고문을 통해 “영웅의 귀환을 마중하게 되어 영광이다. 국가수호의 임무는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고국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라겠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선배님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겠다. 필승”이라고 말했다.

용사들의 유해가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운구될 때엔 국방부 의장대 호위병과 기수단이 도열한 가운데 김형석 작곡가가 군에 청춘을 바친 노병의 애환과 설움을 담은 ‘늙은 군인의 노래’를 연주하고, 가수 박혜원 씨가 노래했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밤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유해 위에 참전기장을 놓고 있다. 2021.9.23./사진=청와대

하와이에서부터 고 김석주 일병의 소관을 모셨던 후손 김혜수 소위는 비행기 하기와 임시 안치까지 외증조할아버지 유해의 귀환을 함께 책임졌다.

유해 봉환식 행사엔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서욱 국방부 장관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김태성 해병대사령관, 양섭 서울현충원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봉환식을 내내 엄숙하게 지켜보다가 단상 앞으로 나아가 분향 후 김석주·정환조 일병의 유해가 담긴 소관 위에 각각 참전기장을 놓았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밤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마치고 국군 전사자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1.9.23./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두 영웅에게 참전기장을 수여할 때마다 한 차례씩 유해가 담긴 소관을 두 손으로 붙잡고 눈을 감은 채 짧게 묵념했다. 그 뒤를 이어 검은 원피스 차림의 김 여사와 김석주·정환조 일병의 유족들이 차례로 단상 앞으로 나아가 두 영웅을 위해 분향했다.

이어 유해를 태운 운구차량이 문 대통령과 유족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서울현충원을 향해 떠났다. 문 대통령은 유해를 모신 운구차량이 떠날 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몇분 간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이후 유족들을 마주하고 한명 한명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던 김석주 일병의 딸을 가볍게 포옹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김 여사도 유족들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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