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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현지전략형 해외모델 국내시장 출시 안하는 이유

2021-09-28 12:59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의 픽업트럭 '싼타크루즈'가 미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효자모델로 등극했다. 이에 국내시장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나오고 있지만 한국 출시는 어려워 보인다. 

해외시장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현지 전략형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고, 소비자들의 특성도 다른데다 역으로 수입을 하기에는 가격적인 부분 등을 내수시장 실정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미국 현지 전략형 모델 싼타크루즈. /사진=현대차 제공



28일 업계에 따르면 싼타크루즈는 최근 미국 북서부자동차기자협회(NWAPA)가 선정하는 '2021 베스트 픽업트럭'에 이름을 올렸다.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과감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 기동성이 뛰어난 사륜구동 플랫폼, 첨단 커넥티비티 기술 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게 현대차측 설명이다.

앞서 싼타크루즈는 북미 자동차 평가기관인 '아이씨카(iSeeCars)'가 선정하는 지난달 '미국에서 가장 빨리 판매된 차' 1위에도 올랐다.

싼타크루즈가 판매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8.0일로 쉐보레 콜벳(8.3일), 메르세데스-벤츠 GLS(8.7일) 등을 앞섰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싼타크루즈 사전 예약을 시작했으며, 올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예약 물량으로 확보했다. 올해 싼타크루즈 생산목표는 3만대로 추산된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픽업트럭의 본고장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현지 전략형 차종이다. 프레임바디 기반의 정통 픽업트럭과는 달리 준중형 SUV 투싼 플랫폼을 기반으로 탑승공간-화물칸 일체형 방식의 모노코크바디를 갖췄다.

픽업트럭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현지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붙기 보다는 도심형 생활패턴과 오프로드 모두에 어울리도록 적절한 크기와 성능, 연비, 승차감, 편의사양을 갖춘 크로스오버 차종으로 차별화시킨 것이다.

미국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싼타크루즈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욕심이 생길 만도 하다. 이미 비슷한 외형을 지닌 투싼이 잘 팔리고 있는데다, 콤팩트한 사이즈임에도 개방형 적재함을 갖춰 레저활동에서 활용도가 높은 싼타크루즈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싼타크루즈는 국내시장에서 만나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픽업트럭시장이 큰 볼륨을 차지하지 않아 생산공정을 새로 갖추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생산모델을 역으로 수입하는 것도 노조와의 협상과 함께 세금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 

앞서 유럽시장에서만 판매됐던 i30N을 국내로 들여오려 한 소비자들의 경우 세금을 계산해본 뒤 포기한 고객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시장에서 벨로스터N이 풀 옵션차량으로 3000만원 초반의 가격이었던 것에 반해 수입한 i30N은 6000만원대의 비용이 발생한 바 있다. 

수입시에 발생하는 물류비용때문이기도 하지만 판매단가가 국내와 해외가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 하는 문제다. 

대한민국 GT카 기아 스팅어. /사진=미디어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온다고 해도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A/S를 위한 시스템구축이다. 부품수급부터 서비스센터 인력의 재교육 등 전체판매량에서 차지하는 극소수의 볼륨을 위해 투자해야 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그룹의 산하브랜드로 출시되는 모델들의 일부가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니즈가 발생은 하고 있지만 내수시장에서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웨건과 해치백 모델인 i시리즈와 제네시스 슈팅브레이크가 대표적이며, 기아의 씨드(Ceed)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모델이지만 내수시장에서는 판매가 되지않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이 세단과 SUV중심의 양분된 시장이기 때문인 것이 주된 원인이다. 당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랜드투어링카(grand touring car, GT카)로 꼽히는 스팅어 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아 스팅어는 모델체인지와 연식변경 모델까지 출시되고 있지만 판매량 저조로 단종설이 거론될 정도였다. 올해 판매량만 비교해도 지난 8월까지 내수시장에서 총 2334대로 전체 국내 판매량(36만7547대)의 0.6%밖에 되지 않는 판매량이다. 

반면 해외시장(60만1300대)에서는 5배 이상 많은 1만1802대가 판매됐고 전체 해외시장에서의 볼륨도 국내시장에서의 볼륨보다 3배 이상(1.9%) 많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모델 전부를 국내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수시장에서는 판매부진과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모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 최대 완성차 회사라는 점에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낙인을 피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 한국지엠의 콜로라도 등이 활약하고 있다.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 열세인 양사의 시장에 현대차가 진출하게 되면 시장 독식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 앞서 소형SUV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여론이 펼쳐진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보다 다양성이 떨어지는 국내시장에 해외 판매모델을 출시한다는 것은 완성차 업체 입자에서 부담이다"며 "르노삼성을 비롯해 한국지엠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모델을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듯, 단순하게 판매로 끝나는 제품이 아닌 사후관리가 동반되어야 하는 자동차 인만큼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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