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다국적 제약사에서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속도를 내면서 연내 상용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의 경우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MSD(머크앤컴퍼니)의 '몰누피라비르' △화이자 'PF-07321332' △로슈·아테아 'AT-527' 등이다.
이들 중 가장 앞선 제약사는 미국 머크다. 임상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따르면 머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 확진 외래 환자(경증~중등증) 1850명을 대상으로 몰누피라비르 임상2·3상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11월 초 임상 3상 주요 평가변수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머크는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미국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먹는 치료약이 백신 접종과 더불어 '위드코로나' 국면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만큼 미국 정부에선 이미 몰누피라르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선구매를 결정했다.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비축해두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먹는 치료제에 대한 구매 예산 362억원을 확보하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에 이어 화이자도 연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완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AFP·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성인 2660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PF-07321332 2상 시험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PF-07321332는 코로나19 감염 초기 환자를 위한 치료제다.
화이자는 임상 2상 시험에서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와 HIV 치료제인 리토나비르를 혼합 투여하고, 다른 한쪽에는 위약을 먹이는 방식으로 유효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로슈·아테아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AT-527'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복제를 방해해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는 기전을 갖는다.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 방식이 아닌 '약물재창출'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에서 효과를 찾아 입증하는 것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 개발하는 것 보다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 △신풍제약 '피라맥스' △진원생명과학 'GLS-1027' △부광약품 '레보비르' 등이 먹는약 개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300명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의 임상 2b상을 완료하고 톱라인(주요지표)을 공개했다. 그 결과 코비블록 투여 환자군에서 안전성은 확인했지만 임상적 증상 개선 기간이 위약군은 8일, 코비블록은 7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내 24개 기관에서 지난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코로나19 경증환자 342명 중 카모스타트 또는 위약을 복용한 327명을 대상으로 위약대조, 무작위 배정, 이중눈가림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군에서는 위약군 8일, 코비블록군 5일로 빠르게 개선되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코로나19 감염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비강 분무 제형 또는 다른 치료제와 병용 등 옵션을 고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S-1027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2상 임상시험은 코로나19 중등증 환자 132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탐색하기 위해 다국가 임상시험으로 진행된다.
부광약품은 61명의 코로나19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레보비르 임상 2상 시험에서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에 부광약품은 바이러스 감소를 1차 평가 변수로 설계해 유의성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신풍제약은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앞서 발표한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피라맥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의 비율(음전율)이 대조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풍제약은 임상 2상 보다 약 11배 많은 1238명을 대상으로 내년 7월까지 임상 3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증~중등증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비교적 초기 증상의 환자가 입원 없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백신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할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속도는 더디지만 국산화를 이뤄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