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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이 깬 세대 장벽…'역지사지'를 배우자

2015-03-02 02:25 | 이서영 기자 | mediapen@mediapen.com
   
▲ 김흥기 교수

2015년 최초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인 ‘국제시장’.  이 '국제시장'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이다. 486을 거쳐 이제 586세대가 된 과거 386세대 관객들은 '국제시장'이 민주화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반면 30대 중반이하 관객들은 영화에 존재했던 ‘희망’이 현실세계에는 없다고 희망의 부재를 한탄한다.

이처럼 같은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도 세대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다. 단순히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감상이 다른 것은 문제될 것이 없으나, 시선의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문제이다. 고착화된 저성장과 날로 더해가는 양극화 현상, 저 출산 문제와 그로 인한 고령화 등 사회문제로 인해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해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일자리를 두고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과 밀려나는 기성세대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들은 586세대를 증오한다고 이야기하며, 586세대는 요즘 청년들은 나약하며 의지가 부족하다고 한심하게 생각한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제로섬(Zero sum) 게임을 하기에 서로 상대를 비난하고 원망한다.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공동체이자 넓게 보면 부모와 자식사이인 586세대와 청년층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큰 위험요소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플러스 섬(Plus sum)을 통한 일거리 창출이지만 지금처럼 언제폭발할지 모르는 폭탄 같은 상황에서는 상호 호혜적인 거래가 성립되기 어렵다. 플러스 섬을 위해서는 서로 간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세대간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 영화 국제시장.
사람은 개, 소, 돼지가 아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차가운 이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따뜻한 감성과 연민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공감(Empathy)이 가능해지며, 소통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이 강화된다. 타인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뭐 대수로울까 싶지만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됨을 의미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청년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경제 성장률은 10~15%에서 3%대로 폭락했고 일자리도 급감했다. 희망을 가져야할 사회초년생 시절에 무한경쟁, 학벌주의, 스펙 쌓기에 노출되며, 취직을 해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울고 웃는다.

내 집 마련에 평균 6~9년 걸리던 90년대 초반과 달리 15~20년을 모아야 하며 이마저도 정규직 기준이다. 이렇다 보니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는 비율이 30%에 달하며 집이 없으니 결혼도, 출산도, 연애도 포기하게 된다. 이런 청년 실업을 개인의 문제로만 규정하기는 곤란하다.

부모세대인 586세대는 90년대 컴퓨터가 386이었듯 이들도 386이었는데 컴퓨터는 숫자가 커질수록 사양이 좋아지는 반면 이들은 나이 들면서 체력과 기억력도 약해지고 직장에서는 퇴출진행 중이다. 자녀들은 대체로 학업과 군복무 중으로 자식들도 독립시키지 못한 세대이다.

위로는 부양의 의무를 지고 있고, 아래로는 자식을 양육해야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냈으며, 아시아 최초로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성공담 뒤에 가려진 희생을 생각해본 젊은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누구라도 다시 태어나면 지금보다 인생을 더 잘 살 것인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삶은 여전히 난제이다. 부모세대도 열심히 고단하게 산업사회를 살아왔을 뿐 지식사회가 이렇게 빨리 열릴 것이라고 알지 못했고 그래서 미처 준비하지도 못했다.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그대들의 부모와 친척들의 모습을 보면 알지 않는가?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고 위대한 태클(TACKLE)과 플러스 섬으로 일거리를 창출해서, 지금의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새 시대의 청년들이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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