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요시히데 후임을 선출하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켰던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이 낙선하고,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선됐다.
자민당이 민심을 거스르고 다시 ‘아베 노선’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그 배경엔 개혁의 바람을 차단하려는 일본 정치권과 재계의 의지가 녹아 있다.
지난 29일 일본의 새 총리를 결정하는 제27대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는 결선투표까지 치른 결과 총 429표 중 기시다 257표, 고노 170표가 나왔다. 일본언론들은 1차 투표에서만큼은 고노가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1차 투표 결과도 기시다 256표, 고노 255표였다.
고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마다 40~50%의 지지를 받으면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닛케이신문과 도쿄TV가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노 46%, 기시다 17%,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14%,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 5%의 지지율이 나왔다.
결국 고노는 일반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왔지만 국회의원 투표에서 기시다와 87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나마 국민여론과 가장 가까운 당원·당우 표는 169표로 가장 많았다. 차기 총리를 결정짓는 자민당 총재선거를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국회의원 투표로 결정하다보니 이번에도 고질적인 파벌정치에서 못 벗어난 것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집요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집권 기간이 길었던 만큼 그 시기 정치권에 입문한 국회의원들이 많고, 아베 전 총리가 이번에 그들을 상대로 압박한 결과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29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도쿄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9.29./사진=자민당 홈페이지
이어 “결국 아베가 미는 기시다와 다카이치의 연합이 승리를 견인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극우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다카이치가 중요한 위치에 오르고, 고노는 물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현 간사장의 영향력을 줄어들게 됐다”고 전망했다.
또 호사카 교수는 “일본 경제계에선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고노의 당선을 경계한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당원표도 기사다 쪽으로 많이 쏠렸는데 선거 때마다 기업의 회사원들이 한꺼번에 자민당 당원이 돼 투표 결과를 흔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일본에서 당분간 장장 7년 8개월에 달하는 2차 아베 정권기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호사카 교수는 “사실 1차 아베 정권도 1년이었고, 이전엔 대개 1, 2년마다 정권 교체가 이뤄져왔다. 심지어 2달짜리 정권도 2차례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달했다. 또 그동안 야당인 공명당이 자민당과 손잡아서 자민당이 장기 집권을 했는데 지금 공명당이 자민당과 연대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기시다 정권이 탄생하면서 난제가 많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일본 정치권은 혼란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야당이 치고올라올 틈이 생긴 것이라고 호사카 교수는 분석했다. 따라서 10월 4일 자민당의 계획대로 총리대신 지명선거가 잘 치러지는지, 한달 후인 11월 7일 예상되는 중의원선거 결과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시다 총재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첫 번째 당직 개편안을 발표한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부총재,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이 간사장이 각각 기용될 전망이다. 또 이번 총재선거 후보로 나섰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정무조사회장, 후쿠다 다쓰오 중의원이 총무회장, 엔도 도시아키 전 올림픽담당상은 선거대책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