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전사적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인 한진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5일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 소재 요트 계류장인 왕산마리나를 운영 중인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매각이 불발됐다고 밝혔다.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과 매각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결국 계약 체결 합의에 이르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종료를 통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올해 4월 본계약 체결 합의에 이르지 못해 해당 컨소시엄의 우선 협상자 지위를 박탈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월 30일 칸서스자산운용에 매각하겠다며 주요 계약 조건을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재차 공시했으나 이번에 또 엎어진 것이다. 업계 추산 왕산레저개발의 가치는 약 13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의 지분 매각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칼호텔 예정 부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유휴 자산 매각 계약이 체결되기는 했으나 현금을 손에 쥐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3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한항공-서울시-LH 간 제3자 계약방식에 따른 송현동 부지의 교환 부지가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연내 토지 매각 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나 현재까지 들려오는 소식은 없다. 서울시와 LH는 토지감정평가와 소유권 이전 등 후속 논의를 거쳐 서울시의회-LH 이사회 간 의결을 통해 교환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는 전언이다.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당초 대한항공이 칼호텔을 건립하고자 남겨뒀으나 유해 시설 논란에 방치됐던 곳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약 5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칼호텔 네트워크 산하 제주 칼호텔 전경./사진=한진칼 제공
한진그룹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윌셔 그랜드 센터 호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서귀포 칼(KAL)호텔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 과감한 '호텔 바겐세일'을 천명했다. 제주 칼호텔 역시 포함됐다. 지난해 8월에는 제주시 연동의 대한항공 제주 지역 사원주택(2필지 9450.9㎡)22동을 매각했다. 그러나 노조와 제주 지역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도1동에 있는 282실 규모의 제주 칼호텔은 1974년 개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모기업 대한항공은 국내 자산운용사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정의당 제주도당·제주참여환경연대 등 29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 칼호텔 매각 반대 및 규탄 제주지역 공동 기자회견 참가단체 일동'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그룹은 380여명의 상시 인력이 일하고 있는 제주 칼호텔을 고용도 보장되지 않는 부동산자산운용 투기 자본에 매각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자산 매각 외에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경영진의 골머리를 기장 앓게 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지연 문제다.
지난 1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시한을 거래선행조건 미충족으로 3개월 연장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주요국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함으로써 6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지분 63.9%를 인수하고자 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발주한 용역 발표 기한을 급작스레 연장해 대한항공은 9월 30일로 주식 취득 일자를 3개월 연기한 한 적 있다. 이번에도 또 미뤄져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은 12월 31일로 한 차례 더 밀리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기한 연장일 뿐인 만큼 연내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 또한 "상황에 따라 예정 일자보다 순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타국 경쟁 당국 승인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연말까지도 양대 항공사 결합 심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해가 바뀌기 전 인수·합병(M&A)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