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게임 우승 상금 456억원을 두고 벌어지는 456명의 서바이벌 데스 매치.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오징어 게임 흥행 대박의 요인으로는 다채로운 색감으로 예쁘게 잘 꾸민 영상미, 탄탄한 스토리 구성 등이 꼽힌다.
표절 논란이 따르기도 했지만 황동혁 감독은 애당초 '도박 묵시록 카이지', '배틀 로얄', '라이어 게임' 등에서 모티브를 따와 오징어 게임을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적으로 재해석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평가는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가 "오징어 게임이 당사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각종 굿즈 판매로도 입증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Dalgona'나 'Squid game costume' 등을 검색하면 작중 소품인 달고나(뽑기) 도구와 등장 인물들의 의상 등이 베스트 셀링 상품으로 떠오른다. 소싯적 우리끼리 공유하던 문화가 글로벌 단위로 퍼지는 걸 보면 시쳇말로 '국뽕 한 사발' 해도 되는 지점이다.
이 같이 K-드라마의 수혜를 입은 넷플릭스지만 유독 인색한 분야가 있다. 바로 망 이용료 대가 지급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를 하면서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망을 이용해왔다. 코로나19 사태의 초장기화에 따라 넷플릭스 스트리밍발 트래픽이 폭증했고, SK브로드밴드는 전용 국제 구간 회선을 증설한 바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을 두고 '망 중립성 위반'이라며 정당한 대가를 단 한 푼도 건네지 않았다. 사실상 무임승차를 한 셈이다. 이로써 SK브로드밴드는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갖은 핑계를 대고 줄 게 없다며 강짜를 부리다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건 원고 패소 판결한 법원의 결정 뿐이었다. 지난 6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넷플릭스 측의 청구 중 협상 의무가 없다는 점과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건에 대해 각각 각하, 기각했다.
소송에서 진 넷플릭스는 지난 7월 15일 1심 판결에 불복해 사법 당국에 항소장을 냈다. 한 술 더 떠 9월 10일까지 항소 이유서를 내라는 법원 명령에는 기한 만료 이틀 전 돌연 제출 기한 연장 요청이라는 꼼수로 화답했다. 10월 국정감사를 피하고자 재차 큰 돈 들여 국내 최고 법률 대리인을 모시고도 새로운 논리 개발을 못해 소송을 질질 끌고 있느냐는 비난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네가 날 속이고, 내 구슬 가져간 건 말이 되고?" 오징어 게임 호스트인 오일남은 주인공 성기훈과 구슬 치기를 하는 도중 이와 같이 일갈한다.
한국에서 D.P.와 오징어 게임으로 초대박을 친 넷플릭스, 김앤장을 선임할 돈은 있고 SK브로드밴드에 당연히 줘야 할 망 이용료는 없나. 이해 관계에 따른 사이인 만큼 모든 것을 공유하는 '깐부'는 될 수 없을지언정 넷플릭스는 계약 당사자로서 지는 의무는 이행해야 하지 않겠나.
넷플릭스에게 글로벌 OTT 선도 기업에 걸맞는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