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유통가 양대산맥 롯데와 신세계의 오너들이 변했다. 고(故)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같은 윗세대의 방식인 ‘은둔형 경영자’에서 벗어나, 대중과 소통하는 ‘친근한 CEO'로 회사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6일 다수의 언론을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스타그램에서 신은 신발’의 가격과 착용 배경이 집중 조명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3일 한남동 구찌가옥을 방문한 사진(왼쪽), 지난 9월22일 신동빈 회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대국민 릴레이 응원 캠페인 '함께해요 이삼부'에 동참하는 사진(오른쪽)이 각각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사진=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 인스타그램, 롯데지주 페이스북
신동빈 회장의 착장은 지난 3일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신 회장이 경영현장이 아닌 곳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찍힌 사진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게재된 것은 처음이다.
해당 사진을 찍은 장소는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 매장이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 구찌의 국내 두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강북 지역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의미가 있다. 신 회장이 걸친 코트도 고가의 구찌 모피코트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는 신 회장의 ‘구찌 플렉스’보다 ‘운동화’가 더 화제다. 신 회장이 신은 운동화는 롯데케미칼 주관으로 7개 업체가 참여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 프로젝트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통해 제작된 제품이다. 국내 패션 스타트업이 만든 9만7000원짜리 운동화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하고, 이례적으로 CEO 경영 평가에도 ESG경영 실천성과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으로 오너의 의지를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신 회장은 페이스북에도 데뷔했다. 지난 달 22일 롯데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안녕하세요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입니다”란 인사말과 함께 사진이 게재됐다. 신 회장은 게시물을 통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신 회장이 적극적인 SNS 활동을 시작한 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아미)임을 자처했다./사진=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과 ‘인플루언서 오너’ 1세대로 꼽힌다. 10여 년 전부터 트위터 계정을 해킹 당하거나,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는 등의 사건 등을 겪었음에도 정용진 부회장의 소통 의지는 여전하다.
팔로워 수가 70만 명에 달하는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은 유통업계에서 압도적이다. 정 부회장이 직접 스타벅스나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 등 자사 제품을 애용하는 모습을 통해 홍보는 물론 친근한 이미지는 덤으로 얻었다. ‘용진이형’, ‘완판남 정용진’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를 통해 지난 4월27일 신 회장이 롯데자이언츠 구단주로서 야구장 직관을 나선 것을 두고,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정용진 부회장의 자극에 유통가 오너들의 SNS 빗장이 풀린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스타그램 사진은 의도치 않게 화제가 됐다”며 “'함께해요 이삼부' 캠페인 홍보를 위해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같은 경우에는 신 회장이 내용을 직접 검토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