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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걷기] 북한산 자락길

2021-10-09 07:12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북한산(北漢山)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에 인접한 명산이다.

그러나 험준한 바위산으로, 등산에 취미가 없거나 체력이 약한 많은 사람들, 특히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그래서 낮은 산자락을 도는 북한산 둘레길이 생겼다.

그마저 쉽지 않은 이들에게도, 북한산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북한산 자락길이다.

북한산 자락길은 서대문구 홍제동(弘濟洞)과 홍은동(弘恩洞) 일대의, 북한산 기슭을 타고 조성된 산책길이다. ‘실락어린이공원에서 시작, ‘홍록배드민턴장삼하운수종점을 지나 옥천암에 이르는, 총길이 4.5km의 산책로다.

서대문구(西大門區)는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단계별 공사를 진행, 201611월 완공했다.

홍은풍림1차아파트뒤편 실락어린이공원에서 홍록배드민턴장까지는 제1구간 1.2km, 홍록배드민턴장에서 북한산둘레길 7구간(옛성길) 입구까지 제2구간 1.5km, 북한산둘레길 7구간 입구에서 옥천암(玉泉庵)까지의 제3구간(1.8km)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길은 노약자나 장애인, 임신부 등 교통약자도 북한산을 즐기며 쉽고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無障碍) 숲길이다.

서울의 무장애 자락길 중 가장 긴 코스로,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갈 수 있는 데크 길이다.

전 구간에서 10% 이내의 경사도를 유지하고, 전체길이의 90%가 넘는 4.15km에 목재 데크를 설치했다. 잔여 구간엔 마사토를 깔아 편안한 흙길의 맛을 더했다. 중간 중간 그늘에는 쉼터를 만들었고 야외무대, 전망대, 음수대, 화장실, 안내판을 설치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였다.

하늘을 뒤덮은 소나무, 갈참나무, 아카시아 숲의 두터운 그늘은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도 시원함을 선물한다.

아직 지역주민들 외에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몰라서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왔다가 또 안 오는 사람은 없다, ‘숨은 걷기 명소.

홍제동과 홍은동은 조선시대에 중국 사신이 머물던 국립여관인 홍제원(弘濟院)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무악재를 넘어오면, 홍제원이 있었다. 여기서 떡전거리를 지나 연서역에서 평안도(平安道)로 향하곤 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11~13번을 타면, 자락길 입구로 바로 갈 수 있지만, 걸어가기로 했다.

좌로부터 북악산-인왕산-안산/사진=미디어펜


1번 출구에서 나오면, 큰 사거리가 있다. 길을 건너 오른쪽 2시 방향, 골목길로 접어든다.

조금 걷다보면, 왼쪽으로 계단길이 보인다. 그 위로 보이는 북한산 더샾 아파트를 향해 계단을 오른 후 우회전하면, 하늘소공원이 나온다. 소공원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길을 따라가니 풍림아파트가 보이고, 그 단지 입구 팔각정(八角亭) 앞에 실락어린이공원이 있다.

그 맞은편이 바로 북한산 자락길 입구다.

목제 아치형 문틀에 달린, 한글 흘림체로 쓰인 나무 현판이 참 정겹다. 그 옆에 자락길 안내판과 지도도 보인다.

입구를 지나니, 지그재그식으로 산을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무장애 산책로의 특징이다. 하지만 곧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수풀 사이로, 언뜻언뜻 인왕산(仁王山)이 보인다.

이 숲은 산림 탄소상쇄의 숲이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炭素中立)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건강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금호타이어에서 조성한 숲이라고 한다.

어느새 홍록배드민턴장이다. 그 옆에는 야외무대(野外舞臺)도 있다.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길 왼쪽에 우뚝 솟은 2층 팔각정이 나타난다. 바로 북한산 자락길 전망대다. 인왕산이 전모를 다 보여주며, 눈앞에 훌쩍 다가왔다. 그 뿐인가, 그 오른쪽에 안산, 왼쪽에는 북악산(北岳山)이 병풍처럼 빙 둘러서서, 장엄한 풍광을 자랑한다.

핸드폰 카메라로도 세 산을 한 컷, 한 앵글에 다 잡을 수 있다. 이런 곳이 어디 또 있을까?

이런 조망 때문에, 이 길이 사람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구름 사이로 서광(瑞光)이 인왕산에 내리고, 그 아래 사람들의 도시는 지극히 평화로워 보인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니, 왼쪽 시계가 열리면서 북한산 연봉(連峰)들이 손짓한다.

왼쪽에, 북한산둘레길 옛성길로 오르는 계단이 나타난다. 이제 자락길 2구간도 끝났다. 옥천암까지 2.29km 남았다.

갑자기 북한산 기슭답게, 화강암 암반(巖盤)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포토 포인트다.

마지막 지점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입구에서 올라올 때처럼, 지그재그 데크길을 내려가면 자락길 출구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옥천암과 홍제천(弘濟川), 북악산에 푹 안긴 세검정 옆 동네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옥천암과 홍제천/사진=미디어펜


옥천암은 홍은28번지 북한산 끝자락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의 직할사찰이다.

동해 낙산 홍련암(紅蓮庵), 서해 강화도 보문사(普門寺), 남해 보리암(菩提庵)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옥천암에 있는 관음보살상 덕분이다.

공식 명칭은 서울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으로, 보물 제1820호로 지정돼 있다.

보도각 백불(普渡閣 白佛)로도 불리는 이 관음보살은 많은 영험담이 전해 내려온다. 일찍이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도 이 석불에 기도한 일이 있고, 또 흥선대원군의 부인 민씨(閔氏)도 아들인 고종을 위해, 자주 찾아와 기도했다고 한다.

높이 약 5m를 넘는 대형 마애보살좌상(磨崖菩薩坐像)으로, 흰색의 호분이 전체적으로 두껍게 칠해져 있기 때문에 백불또는 해수관음(海水觀音)이라고도 한다.

근래에 세워진 정면 1, 측면 2칸의 보도각이란 전각 안에 보존돼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마애불로서, 북한산 구기리 마애석가여래좌상(보물 제215)과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보인다. 12~13세기 마애불상 양식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삼각산(三角山. 북한산의 옛 명칭)의 맥이 비봉과 향로봉을 거쳐 인왕산으로 이어지기 직전, 삼각산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옥천암은 서울이 대규모로 도시화되기 전만 해도 옥같이 맑은 물이 흘렀다. 그러한 까닭에, 절 이름 또한 옥천암이라 불렸다.

절 조금 위에는, 탕춘대성 성곽이 흘러내려와 홍제천과 만나는 곳에, 오간대수문(五間大水門)이 하천을 가로지른다.

탕춘대성(蕩春臺城)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보조성으로, 조선 숙종 때 완공됐다. 창의문 서쪽에서 시작, 북한산 서남쪽 비봉(碑峰) 아래까지 이르는, 길이 약 4의 산성이다.

탕춘대성이라 부르는 것은 현재의 세검정 동쪽으로 100m쯤 되는 산봉우리에 탕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폭군 연산군(燕山君)이 기생들을 옆에 끼고 잔치를 벌이며 놀았다는, 옛날부터 유명했던 명승지다.

탕춘대성의 다른 이름은 도성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성(西城)이라고도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고난과 치욕을 겪은 조선은 국방, 특히 수도 방위를 위한 대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숙종 때의 대대적인 도성 수축과 북한산성의 축조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어 서로 떨어진 두 성 사이를 연결, 방어 능력을 보완하고자 탕춘대성을 쌓았다.

성안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연융대(鍊戎臺)를 설치하고, 선혜청(宣惠廳)의 창고와 경기도 11읍의 대동미를 저장하는 평창(平倉)을 두 군데 마련했다.

오간대수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탕춘대성의 성문이 홍지문(弘智門)이다.

이 문은 한성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한북문(漢北門), 북쪽을 지킨다 하여 한북문(捍北門)이라 불리기도 했으나, 숙종이 친필로 편액을 하사, 홍지문이 공식적인 이름이 됐다.

200년간 탕춘대성의 성문 역할을 하다가 1921년 홍수로 붕괴, 방치되던 유적을 1977년에 수습, 복원한 것이 지금의 홍지문이다.

형태는 도성의 사소문(四小門)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가운데 홍예문(虹霓門;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문)이 있는 석축기단 위에 단층 문루를 올렸다. 문루는 정면 3, 측면 2칸의 우진각지붕건물이다.

바로 옆에는 홍예형 수구가 5곳 뚫린, 오간대수문이 홍제천을 가로지른다. 홍지문과 함께 설치됐던 이 수문도, 성문과 이력을 같이 한다. 규모는 길이 26.72m 6.8m 높이 5.23m.

성문과 수문, 탕춘대성 성벽을 한꺼번에 둘러본 후, 홍제천을 따라 내려간다.

홍제천은 과거 모래가 많아서, 사천(沙川)이라고도 불렸다. 천변을 따라 걸으면, 맑은 물에 노니는 물고기와 백로, 오리가 눈에 띈다.

홍제천을 따라 걸으면 포방교 다리가 나오고, 곧 전통시장인 포방터시장입구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도성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오군영 중의 하나인 총융청(摠戎廳)이 있던 곳으로, 특히 포 훈련을 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당시 퇴각하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이곳에 포()를 설치, 서울을 방어했던 데서 이런 지명이 유래됐다.

포방터시장은 부탁해요 엄마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활용됐지만,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요리연구가 백종원(白種元)골목식당에 소개되면서부터다.

홍은1동 주민센터와 홍은동성당 앞을 지난 홍제천 물길은, 홍제초등학교 앞에서 갑자기 끊긴다. 여기부턴 복개천(覆蓋川)으로, 보이지 않는다. 홍제초교 위에, 북한산 자락실이 시작되는 실락어린이공원이 있다.

우리은행 앞 로터리를 지나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처음 출발했던 홍제역 1번 출구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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