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오는 1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대응에 귀추가 쏠린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지난 2019년 12월 12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2019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먼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유성갑)은 앞서 7일 월성 원자력 발전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구조물 훼손이 한수원 승인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월성1호기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 설치공사 공사일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제의 파일(말뚝) 시공을 비롯한 전 공정을 한수원이 감독‧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 부실 시공은 최근 월성 원전 안전성 논란을 일으킨 단초로 꼽힌다.
지난 2012년 한수원이 CFVS를 설치하며 시공한 파일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저장조(SFB) 아래의 차수막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SFB 차수막이 훼손되면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된 수조에서 새어 나온 방사성 물질이 누설될 위험이 있다.
지난해 말 월성 원전 부지 내에서 고농도 삼중수소와 인공핵종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져 원안위와 민간조사단이 SFB, 차수막을 비롯한 구조물 건선성 등을 조사했으며, 차수막 손상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현재 한수원은 차수막 훼손 가능성을 확인한 지난해 2월 설계‧시공사를 상대로 6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국제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조 의원은 “문제는 차수막을 훼손한 파일이 한수원 감독‧승인 하에 시공됐다는 점”이라며 “공사일보를 보면 파일 시공은 7월 13~16일 설치절차서 작성, 7월 17~19일 장비 입고 및 설치 준비, 7월 20일~8월 10일 파일 입고 및 설치 순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하면서 이 과정에서 차수막 훼손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이어 “강관 파일 설치절차서 제출 및 강관파일 설치 등 각각의 작업이 일보에 기록됐고, 한수원 담당자는 이 같은 작업 내용과 작업 계획이 담긴 공사일보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이는 한수원이 구조물 훼손 위험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거나, 공사 감독을 부실하게 수행한 정황”이라며 “최근의 삼중수소 논란을 비롯한 월성 원전의 안전성 논란은 결국 한수원의 무능과 안일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야당에서도 한수원에 대한 지적은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국민의힘, 비례)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불법으로 자행된 월성 1호기 폐로에 대한 매몰비용은 산업부의 비용보전 근거 공문 상 ‘적법한 비용’만을 보전해주기로 한 원칙에 어긋난다”며 매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무경 의원이 지난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 캡쳐
한 의원에 따르면, 월성 1호기 폐로는 지난 2017년 10월과 2018년 2월 산업부가 한수원에 두 차례에 걸쳐 보낸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결과 관련 협조 요청’ 공문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 공문에 따라 본격화됐다.
한수원은 지난 2018년 6월, 에너지전환 로드맵,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 줄 것을 요청하는 산업부에 대해, 향후 정부의 비용 보전 방안을 요청하는 ‘에너지전환정책 이행 관련 비용 보전방안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해 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신하자, 한수원은 이사회를 개최해 월성 1호기 폐로와 신규원전 4기 백지화를 결정했다.
이로부터 2년 4개월이 흐른 지난해 10월 20일,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이틀 뒤 감사결과를 검찰에 보냈다.
이후 수사로 이어져 올해 6월 30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한 의원은 “이들이 기소된 점이 월성 1호기 폐로가 적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 한수원은 내년 상반기 월성 1호기 매몰 비용 보전을 산업부에 신청할 예정이며, 올해 6월 원전의 매몰비용을 국민이 낸 전력기반기금으로 보전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불법적으로 폐로된 월성 1호기에 대한 매몰비용을 보전한다면, 현재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한 재판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배임죄는 ‘상당부분 피해 회복이 된 경우’에는 특별 감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산업부가 한수원에 월성 1호기 보상을 실시한다면 정재훈 사장의 배임 혐의에 특별감경사유가 생기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한 의원은 “월성 1호기 폐로는 명백한 불법으로 ‘적법’한 비용에만 보전 원칙을 밝힌 산업부는 한수원에 매몰비용을 보전해 줘서는 안 된다”며 “더구나 손해액 보전은 배임죄 양형 인자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수원 사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전까지 보전 여부를 결정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질의에 답하고 있는 문승욱 산업부 장관./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 캡쳐
이에 대해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법적인 검토를 해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월성 1호기에 대한 매몰비용(유형자산 손상처분액)은 5652억 원에 달한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