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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1년', 수소산업 원톱서 동맹리더로

2021-10-11 09:41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한지 1주년을 맞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찾아온 어려운 시장환경과 함께 미래산업 준비라는 큰 난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는 상황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 빠른 태세전환을 하는 것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정의선 회장이 이끌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재계 거물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회장. /사진=미디어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등 각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 혹은 차기 총수로 유력한 인물들이 집결한 목적은 수소사업 관련 기업 협의체인 'H2 비즈니스 서밋' 창립총회 참석이었다.

1년여 전인 2020년 7월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 기업 총수로는 정의선 회장 홀로 참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그동안 현대차그룹 홀로 고군분투하던 수소경제, 수소사회 구현 노력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는 '수소동맹' 차원으로 확대됐음을 상징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생산설비 구축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수소산업을 선도해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수소경제 구축'을 중요 경제정책 중 하나로 앞세우며 현대차그룹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하지만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등까지 포함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보편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일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수소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하나로 묶고 체계화시킬 협의체가 필요했다.

이를 절감한 정의선 회장은 즉각 '동맹' 모으기에 나섰다. 지난 2월 포항 포스코를 찾아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수소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전기차 공급, 수소환원제철 등 수소 관련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섰다.

3월에는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이끌고 SK인천석유화학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수소전기차 공급,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한국 수소위원회 설립 추진 등 수소 관련 사업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의 만남은 H2 비즈니스 서밋의 모태가 됐다. 이들 3사 총수는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이에 최고경영자협의체를 설립키로 했다.

이후 효성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4개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현대차‧기아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출범을 공식화하는 데 합의했다.

H2 비즈니스 서밋은 △회원사간 수소사업 협력 추진 △수소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데이 개최 △해외 수소기술 및 파트너 공동발굴 △수소 관련 정책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확산 및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까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이수그룹,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협의체는 총 15개 회원사로 구성됐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그 외연이 확장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수소경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전기차를 통한 수소에너지의 대중적 활용 뿐 아니라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등 전반적인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라며 "수소동맹 결성을 주도한 정의선 회장의 판단이 수소사회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사업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주목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로보틱스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를 결정하며 본격적인 로보틱스 사업 육성을 선언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는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등 계열사 뿐 아니라 정 회장도 사재로 20%의 지분 인수에 참여해 로보틱스 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는 별개로 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기술개발을 목표로, 웨어러블 로봇으로 대표되는 관절로봇기술, HRI(Human-Robot Interaction) 솔루션의 집합체인 AI서비스로봇기술, 인류의 이동성에 혁신을 가져올 로보틱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핵심 기반 기술을 내재화하고, 새로운 미래 로보틱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을 접목시킨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Factory Safety Service Robot)'을 개발해 기아 완성차 공장(오토랜드 광명)에 투입하는 등 로보틱스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업에도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산업 현장으로의 로봇 투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안전문제 등 각종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로보틱스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모빌리티포럼' 3차 세미나에서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는 목적은 결국 우리들과 우리 후손을 포함, 모든 인류의 편안함을 위한 것"이라며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앞으로 안전성 등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차근차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의 물류 운송수단이 될 트레일러 드론 앞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 밖에도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의 생태계 전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2월 디자인 완전 공개 후 4월 말 국내에 출시된 아이오닉5는 첫 달 114대 판매에 그쳤다. 하지만 5월부터 2000대 넘게 팔려나갔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3500대 안팎으로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 한 모델의 대중화 진입 시점으로 출시 후 누적 1만대 판매를 꼽는다. 1만대 정도가 판매된 뒤부터 도로에서 쉽게 행당 차종을 찾아볼 수 있는 수치기도 하다. 다만 얼마나 빠른 시기에 그 고지를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아이오닉5는 출시 넉 달도 채 안 돼 1만대 판매를 달성한 만큼 남다른 인기가 실감된다.

특히 전기차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이같은 선전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자동차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전용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제작된 모델들을 산하브랜드에서 출시준비중이다. 아이오닉5가 그 첫 스타트를 끊었고, 이후 기아 EV6와 제네시스 GV60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델들이 차세대 전기차로 꼽히는 이유는 전기차 전용으로 제작된 플랫폼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내연기관의 엔진이 존재하는 공간이 없고 여러 개의 배터리팩을 바닥면에 넓게 펼치고 강철 프레임으로 주변을 감싼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바닥면에 앞뒤로 바퀴와 모터시스템을 결합한 단순한 구조다.

이 구조의 최대 장점은 '전기차에 특화된 공간 활용'이다. 기존 파생 EV 경우 엔진을 중심으로 변속기를 거쳐 각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데 특화된 플랫폼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억지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된 만큼 전기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E-GMP는 전적으로 전기차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플랫폼인 만큼 구조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해 새로운 형태와 목적의 전기차로 전환이 가능해졌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는 자동차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전기차분야에서의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그룹의 입지를 동등한 출발선상에 설 수 있도록 했고, 새로운 이미지 전환을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아가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차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앞서나가며, 패스트 팔로워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트랜드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의선 회장 시대를 맞이한 현대차그룹은 체질 전환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단순히 많이 판매되는 모델을 출시하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고성능 모델들을 연이어 출시했고,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게임체인져 역할을 하고 있다. 

고성능 모델들은 고가로 특정 계층에서만 누려왔던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즐겨볼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도전을 했다. N브랜드를 등장시키면서다. 

N브랜드는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로서 수많은 우려와 걱정속에 시장에 등장했다. 전기차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된 시점이었고,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고성능 모델을 출시해도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의선 부회장은 이런 시장의 우려에도 글로벌 인재경영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N브랜드 론칭에 성공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단순히 차 몇 대를 판매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N브랜드의 성능을 입증시키고 시장에서 새로운 고성능차의 대안으로 자리하도록 했다. 

다양한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고, 시장에서 지루한 이미지였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젊은 고객층에 이목을 재집중시키며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N브랜드의 놀라운 점은 독보적인 가성비에 있다. 고성능 모델들은 구매도 어렵지만 유지보수비용에서도 일반차에 비해 몇배를 넘어서는 고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  N브랜드의 차들은 이런 걱정 없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한번쯤은 즐겨 볼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다. 

또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현재 해치백 라인업부터 세단과 소형스포츠유틸리티(SUV)까지 영역을 넓혔고, 고객들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N브랜드 모델은 벨로스터N과 코나N, 최근 출시된 아반떼N 등이 있다. 

각각의 특성이 달라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선택할 수 있게 한 현대차의 전략이다. 이런 N브랜드는 중형 세단모델로도 확장을 준비중이며,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포기 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며 고사양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친환경 모델의 출시도 계획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도시를 구현해 놓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UAM, PBV, Hub의 축소 모형물. /사진=현대차 제공

이런 현대차의 모습은 기아와 제네시스에서도 확인가능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전략은 정의선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들이다. 고성능 브랜드의 완성으로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인재발굴에 힘을 쏟아왔고, 영입을 위해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는 것도 꺼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회장의 이같은 적극성은 현대차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체질 전환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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