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반 득표로 제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가운데, 경쟁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무효표 처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선불복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선 후보 확정을 공식화 하며 '원팀정신'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 전 대표 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민주당 대선 경선 최종 투표 결과 이 지사는 50.29%를 득표해 과반 이상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사퇴후보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하게 되면 이 지사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당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이날 오후 선관위에 특별당규 제59조 제1항에 대한 선관위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며 경선 후보자의 득표수를 유효투표 수에 합산해 결선투표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서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자의 종래 투표를 무효로 처리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원리인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으로서 우리 헌법에 위배된다"며 "당 선관위 및 최고위원회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 없이 경선절차를 진행하여 당선자 결정에까지 이르렀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0일 발표된 민주당 대선 경선 득표 결과와 관련해 '무효표'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결선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오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순회경선에서 득표율 55.34%로 1위에 오른 이재명 후보와 34.6%를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이낙연 후보 모습./사진=연합뉴스
앞서 당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 59조 1항,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규정에 따라 중도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전체 2만 8399표를 무효로 처리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 전 대표 측은 무효표를 전체 유효투표수에 합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당 선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경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당헌·당규를 제대로 적용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결선투표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9월13일(정세균 후보 사퇴일) 이전에 정 후보에게 투표한 2만 3731표와 9월 27일(김두관 후보 사퇴일) 이전에 김 후보에게 투표한 4411표는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므로 당연히 유효투표"라며 "당헌·당규를 오독해서 잘못 적용하면 선거의 정통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당원과 유권자들의 표심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당 지도부는 즉시 최고위를 소집해 후보 사퇴자 무효표 처리에 관한 당규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여 현재의 ‘있는 그대로의 표심’을 반영한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 전 대표 측 주장은 경선 후보가 사퇴한 후에 투표한 것만을 무효표로 처리하고 사퇴하기 전에 투표한 것은 유효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김두관 후보가 사퇴 후에 제주와 부산·울산·경남에서 받은 257표만 '무효표'가 된다.
이처럼 이 전 대표가 '무효표' 처리에 강력 반발하면서 민주당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리 당은 어제(10일) 이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며 이른바 경선 불복 논란을 일축했다.
송 대표는 지난 11일 이 지사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거라는 게 사실 결과를 수용하는 데 상당히 마음이 아프고, 저도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당 대표가 되었기에 그런 아픔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상식과 원칙,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민주당은 함께하며 이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원 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개개인을 넘어 민주당에 주어진 소명"이라며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경선 과정도 잘 됐다고 분명히 명시해서 축하메시지를 보내줬다"고 원팀정신을 강조했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가 결선투표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경선 불복' 논란과 관련해 직접적인 반격은 자제하면서도 역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사퇴 후보 표가 지금처럼 처리된 사례 등을 SNS(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승복 선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1일 송 대표와 함께 현충원 참배 후 '무효표 논란'에 대한 질문에 "상식과 원칙, 당헌·당규에 따라 우리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짧게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1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지사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승복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청와대에서도 경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 특별히 언급했고 과정을 봐도 절차에 위배됐다든지 하는 것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 측의 이같은 대응은 민주당 지도부와 선관위가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고 앞으로 본선을 위한 '선대위'구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 전 대표 측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민주당 대선 경선 중도 사퇴 후보자들도 송 대표와 민주당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했고, 중도 사퇴 후 이 지사 지지를 밝힌 김두관 의원은 “혼란이 길어질수록 우리 당 대선 경쟁력은 떨어지기에 이낙연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사사오입 철회하라", "결선투표 실시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영표 의원은 "민주당 대선 승리를 위해 원팀을 만들려면 결선 투표가 있어야 하고 이걸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고 했고 김종민 의원은 "잘못된 해석이란 걸 알고도 당이 의도적으로 무시한다면 이건 부정선거를 하겠단 것밖에 안 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 최종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무효표 해석 논란'을 제기하며 '결선 투표'를 요구하는 이낙연 측과 '수용불가'라는 당지도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원팀 정신'은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