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심상정에 의한, 심상정을 위한, 심상정의 국정감사였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을 위한 무대였다.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힘은 끝내 ‘한방’을 터뜨리지 못한 채 완패를 당한 지난 18일 행전안전위원회 국정감사의 설욕에도 실패했다.
심 의원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책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날카로운 질문에 때로는 이 지사의 말문이 막히는 상황도 자주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이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MBCNEWS' 캡처
특히 ‘설계자가 죄인’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이 지사를 압박했다. 그는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발표를 바탕으로 “대장동 개발이익이 시민단체의 추정에 따르면 1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계획제안서를 살펴보니 아파트 분양사업을 원칙으로 제안했는데, 왜 택지사업으로만 제한했느냐”면서 "아파트 분양사업까지 포함한 1조8천억원 기준으로 볼 때 이 사업 75~90%의 이익이 민간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바로 이것이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어떤 시민의 말이다. '돈 받은 자는 범인인데, 설계한 자는 죄인'이다"라고 일갈했다.
오후 질의에서는 이 지사의 답변 오류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심 의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임명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유동규 씨는 지사가 임명한 게 맞나”라고 멀었다. 이 지사는 “아니, 그러니까, 저, 아까 말씀드렸는데 그게...”라며 즉답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제가 임명을 했는지, 아니면 그게 제 권한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MBCNEWS' 캡처
이 지사는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본부장 임명 권한이 누구한테 있는 건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자료를 구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등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연이어 내놨다.
심 의원이 더욱 돋보인 이유는 ‘제1야당’으로 경기도 국정감사를 벼르고 있던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한방’을 보여주지 못한 채 헛발질만 했기 때문이다. 기존 보도내용을 재탕하며 이 지사를 상대로 호통 치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당 내부에서조차 “도대체 뭘 준비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 지사는 이날 국감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사실상 국민의힘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대선주자 캠프 측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증인 채택이 막히고,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애초에 국정감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이 지사의 기만 살려준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기존의 질문을 반복할 게 아니라 심 의원처럼 이 지사의 답변 오류를 파고 들어야 했다”면서 “차라리 이 지사가 국감 전 사퇴했더라면 우리 당이 더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