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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수위 조절했다지만... SLBM 정당화, 다음은

2021-10-21 17:5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자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국무부가 동시에 북한을 규탄하는 입장을 내는 등 우려를 표했다. 그동안 한미 모두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만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규탄’이란 표현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2년만에 SLBM를 시험 발사하면서도 수위조절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물론 올해 들어 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박정천 당 비서도 이번 시험발사에 참관하지 않았고, 북한은 이번 SLBM을 ‘북극성’이란 호칭 사용 대신 ‘새형’(신형)이라고 표현했으며, 노동신문의 1면이 아닌 2면에 보도된 것 등에 따라서다.

이처럼 북한이 SLBM을 시험발사하면서도 최대한 부각시키지 않았으며, 특히 이번 발사체가 1000㎞ 이상의 사거리를 갖춘 북극성 계열의 SLBM 대신 ‘미니 SLBM’이라는 점에서 SLBM도 전략무기이지만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도 20일 “최근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등을 연이어 발사하고 있으나, 핵실험과 ICBM 발사 등은 하지 않고 있다”며 “북으로서도 결정적인 파국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의미이면서 여전히 대화의 조건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란 판단을 내놓았다.

노동신문은 20일 “전날 북한 국방과학원이 신형잠수함발사탄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SLBM 시험발사를 확인했으며, “5년 전 첫 잠수함발사전략탄도탄인 ‘8.24 영웅함’에서 또다시 신형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부장인 유진,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정식과 국방과학원 지도간부들이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1일엔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조선중앙통신에 보도하며 자신들의 SLBM 시험발사를 비난하면 “명백한 이중기준이다.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진정성에 의혹만 더할 뿐”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번 SLBM 시험발사에 대해 “중장기적인 국방과학발전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주권행사”라며 “주변나라들과 지역의 안전에 그 어떤 위협이나 피해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잠수함인 '8.24 영웅함'에서 시험발사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2면에 보도했다. 2021.10.20./사진=뉴스1


그러면서 외무성은 “우리는 이미 미국과 안보리가 위험한 ‘시한탄’을 만지작거리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자신들의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주권행사를 걸고들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잘못된 행동을 선택한다면 보다 엄중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전략무기인 SLBM 시험발사를 단행하면서도 수위조절한 것과 관련해 북미의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고 적대시정책 철회라는 선결조건의 해결을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최근 북한이 미국의 여러차례 물밑접촉 시도에 호응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20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뉴욕 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북한에 직접 연락했다”면서 “여러 번 밝힌 대로 전제조건없이 북한을 만날 준비가 돼 있고,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의 ‘직접 연락했다’는 표현은 미국이 이미 밝힌 바 있는 ‘구체적 제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미가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고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북한이 수위조절을 병행한 압박을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고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에 논의를 하자는 구체적인 제안(specific proposals)을 했다”고 말한 이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실 우리는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엔 ‘사실은’(in fact)이란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결국 북한의 이번 SLBM 시험발사와 외무성 대변인은 정당화 발언은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24일 서울 방문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23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 결과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이 어떤 방향으로 제시되느냐에 따라 북한의 향후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9월 종전선언 제안 전후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대표 간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5차례 대면 협의를 이어온 것 외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 각각 미국의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등 그동안 정부는 종전선언 제안 후속 조치로 중국, 러시아, 일본을 상대로 하는 ‘4강 북핵외교’에 집중해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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