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납품업체 등의 권익보호 강화를 위해 내놓은 개정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보완점을 드러냈다.
직매입 제품에서 얻는 수익이 90%를 차지하는 쿠팡이 소매업자들에게 지급할 납품대금을 쌓아두고, 지연이율 고시상의 최대 지급기한 날짜인 60일까지 정산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올해 한국증시를 버리고 뉴욕증시로 엑시트 성공한 쿠팡 김범석 의장./사진=쿠팡
공정위가 마련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와의 직매입 거래를 통해 상품을 공급받은 경우, 상품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상품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직매입 거래의 법정 대금 지급 기한을 초과해 상품의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지연이율은 기존 특약매입 거래 등에서와 같이 연리 15.5%로 정했다.
공정위는 상기 두 규정을 위반한 대규모유통업자에게는 법 위반 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명령 또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동 개정안의 시행 첫날인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 사업자인 쿠팡이 소매업자들에게 지급할 납품대금을 쌓아두고 정산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의 지난해 부채규모는 1조 3000억원이며, 이는 전년 대비 230배로 부채비율은 6350%에 달했다.
해당 부채총계는 쿠팡의 미정산대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송 의원은 지난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를 향해,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돈을 쌓아 놓고, 부채로 잡아 놓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으며 “납품대금 지연은 소매업자들에게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이사는 “거래 대부분이 단순한 중개 거래가 아니다”라며 “중개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가 아닌 직매입을 통해 보관·판매·배송과 반품까지 다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정산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답변했다.
결국, 중소 납품업자의 현금 흐름 개선과 판매수탁자가 부당하게 영업시간을 구속당하는 것을 예방하는 등,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권익이 보호할 것이라 기대했던 개정 대규모유통업법이, 60일이라는 납품대금 지급기한으로 인해 여전히 소매업자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송 의원은 “쿠팡페이의 선불충전금이 731억 원인데, 이자수익이 발생한다. 이용자가 쓰기 전까지 이자가 발생하는데, 국민은 전혀 모르고 있다”라며 “이자수익을 기업이 그냥 가져가도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강 대표이사는 “그 부분은 업계에서 여러 필요성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언급하신 사항들을 면밀히 돌아보고, 그런 취지의 우려가 없도록 잘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번 정무위 국정감사를 통해 쿠팡은 플랫폼 지위가 아닌 대규모 유통업자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며, “쿠팡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해, 직매입을 통해 납품대금 기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공정위 기준에 맞춰 최대 60일로 대금을 지급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 쿠팡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제재가 필요하다”라며 “소매업자들의 생계가 달린 만큼, 품목에 따른 납품대금, 지급기간 조정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송 의원은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향해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 ▲선불충전금 이자수익 ▲플랫폼 기업의 자사제품 알고리즘 조작 ▲퀵커머스의 골목상권 침해 ▲납품대금 지연문제 등 경쟁제한성에 대해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송 의원은 올해 1월 신선농·수·축산물의 경우, 단기의 유통기한과 수급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납품업자 보호를 위해, 신선농·수·축산물의 경우 30일 이내에 상품판매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