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 시즌 KBO리그 개막 전 야구 전문가나 매체들은 저마다 순위 예상을 했다. 최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던 팀들, 전력 상승 요인이 있는 팀들이 당연히 상위권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그 가운데 이승엽 SBS 해설위원의 전망이 특히 관심을 모았다. 이 위원은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을 콕 집어 '2위'로 예상했다.
삼성이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거포 오재일을 영입해 타선을 일부 보완하긴 했지만 사실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전력이 강화된 것은 아니었다. 기존 외국인투수 뷰캐넌과 라이블리와 재계약을 했지만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피렐라가 어느 정도 활약을 해줄 지는 미지수였다. 삼성을 상위권은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 팀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삼성의 레전드 출신으로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아는 이승엽 위원은 자신있게 삼성의 성적을 '2위'로 예상했다.
23일 KT전 승리로 1위에 오른 삼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위원의 이런 예상은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아갔다. 백정현이 기량을 꽃피우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잡았고, 원태인이 눈부시게 성장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이 됐다. 오승환은 '끝판왕'의 명성을 되찾아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우규민을 중심으로 불펜진도 분발하며 마운드가 탄탄해졌다. 뷰캐넌은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라이블리가 부상으로 이탈해 몽고메리로 교체되긴 했지만 크게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해민, 구자욱, 강민호 등 기존 타자들이 제 몫을 해내고 오재일도 시행착오를 겪긴 했으나 중심 타선에 큰 힘을 보탰다. 피렐라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쏠쏠한 타격으로 팀 전체에 대단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안정된 투타 전력을 갖춘 삼성은 4월말부터 치고 올라가 선두권 경쟁을 벌였다. 6월 중순까지 한동안 1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래도 6월 하순부터는 KT 위즈의 1위 독주 체제였다. 잠시 LG에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있지만 KT는 점점 추격자들과 승차를 벌려나갔다. 삼성은 후반기 들어 LG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였으나 선두 KT를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삼성이 LG의 부진을 틈타 2위로 올라서며 시즌 막바지로 향해 이승엽 위원의 예상은 적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10월 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잘 나가던 KT가 최근 5연패까지 당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대신 선두 자리를 차지한 팀이 바로 삼성이었다. 지난 22~23일 삼성-KT의 대구 2연전 맞대결에서 삼성이 내리 이기면서 순위 역전을 했다. 삼성이 KT에 1.0게임 차 앞선 1위로 올라선 것.
24일 경기에서는 KT가 키움을 7-1로 꺾고 5연패에서 벗어나고, 삼성은 SSG와 3-3으로 비겼다. 그래도 삼성은 0.5게임 차 앞선 1위를 지켰다.
아직 최종 순위는 알 수 없다. 이제 삼성은 3경기, KT는 5경기만 남겨뒀다. 만약 KT가 5경기를 다 이기면, 삼성이 3경기 모두 승리해도 정규리그 우승은 KT 차지가 된다. 하지만 확률이 높지 않은 시나리오다.
남은 일정이 삼성에 유리한 편이다. 삼성은 27일 키움(고척돔), 29~30일 NC(창원)전만 남았다. KT는 27일, 28일(더블헤더) NC와 수원에서 이틀간 홈 3연전을 벌인다. 그리고 29일 키움(고척돔), 30일 SSG(문학)와 만난다.
선발 마운드 운영에서 삼성이 훨씬 여유가 있다. 27일 키움전에 몽고메리가 등판할 예정이고, 몽고메리가 초반 좋지 않으면 다음날 경기가 없는 삼성은 일찍 불펜 총력전을 펼 수 있다. 29일, 30일 NC전에는 최근 페이스가 좋은 원태인, 백정현이 선발 등판할 순서지만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24일 SSG전에 등판했던 뷰캐넌의 상황에 따른 투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KT가 나흘간 더블헤더 포함 5경기 강행군을 치러야 해 투수진의 활용 폭이 넓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3경기 모두 마운드 총력전이 가능한 삼성이 유리하다.
삼성이 지난 5년간의 암흑기를 벗어나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것이 유력해졌다. 삼성이 1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면 이승엽의 족집게 같았던 예상은 빗나간 것이 된다.
다만, 이렇게 예상이 틀린다고 해서 싫어하거나 아쉬워할 삼성 팬은 없을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