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50분간 ‘차담’을 나눈 뒤 상춘재를 떠나면서도 비서동까지 함께 걸으며 담소를 이어갔다.
이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차담에 배석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차담 직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에 이 후보가 지난 대통령선거 때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던 일을 사과했고, 문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치아가 하나 빠져 있는 사실을 말하면서 체력 안배를 당부한 대화 내용을 전했다.
먼저 두 사람은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상당히 공감을 이뤘다고 한다.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상향’과 관련해 기업들이 힘들어하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이고, 정부는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대선이 정책 경쟁이 되면 좋다고 했지만 사실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정책을 통해서 경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 때문에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이 후보는 “가끔 제가 놀라는 건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좀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그런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는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는 농담 삼아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경제발전이나 문화강국, 군사대국으로 만든 (정부의) 큰 기조들이 자리잡게 된 것이 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라면서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꼭 드리고 싶었던 말이다. 지난 대선 때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26./사진=청와대
이 후보의 사과를 들은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는 말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전체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고, 골목경제라고 하는 서민경제엔 아직 온기가 다 전해지지 않아서 고민이 크다. 확장 재정을 통해서 공적이전소득을 늘려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재정을 통해서 국민들이 본인의 삶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면서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권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대기업들은 자기생존을 넘어서 아주 대담한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그 아래 작은 기업들은 힘들다”면서 “그러니까 자주 현장을 찾아보고 그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많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른바 공정한 전환이라고 해서 탄소중립을 비롯해서 전환하는 것이 시대적으로 불가피한 과제가 됐는데 우리정부는 그 과정에서 약자들을 포용하는 것에 방점을 많이 뒀다”며 “앞으로도 다음 정부에서 누가 (집권)하든 약자들에 대한 포용에 세심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안 가본 데를 빠짐없이 다 가보려고 한다고 목표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서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금 열린 가운데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에 만났을 때에 비해서 얼굴이 좀 좋아지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젠 피곤이 누적되어 도저히 회복되지 않는다”라며 지금도 치아 하나가 빠진 상태를 언급,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일종의 극한직업이라서 체력 안배도 참 잘해야 되고,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은 오전 10시 57분에 시작돼 11시 47에 끝났다. 차담을 끝내고 헤어지기 위해 상춘재를 떠난 두 사람은 청와대 내 비서동까지 함께 걸으면서 가벼운 얘기를 더 주고받았다고 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