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우리나라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전기자동차 분야 무역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보조금 지급 심사제도, 미국 하원의 전기차 보조금 법안 발의 등 비관세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 제도개편을 검토하거나 한·중FTA, 한·미FTA에 근거해 양국의 자국산과 한국산간 차별을 폐지하는 협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한국·미국·중국간 전기차 수출입 동향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 무역적자는 대(對)미국이 5억10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교역국 중 가장 높다. 이어 대 중국 무역적자는 1800만 달러(200억원)로 2위다.
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 전기차 누적 수출액은 37억 달러(약 4조2000억원)로, 완성차 수출액 343억 달러(약 40조1000억원)중 10.8%, 수입액은 약 10억 달러(1조1700억원)로 완성차 수입액 중 9.1%를 차지했다.
지난 9월까지 전기차 수입은 2만6151대로, 지난해 연간 총 수입대수(2만2206대)를 이미 초과했다. 9월까지 국내 판매된 전기승용차는 4만8720대로 이중 국산차는 56.5%, 수입차는 43.5%를 차지했다.
올해 9월까지 대 미국 전기차 수출은 2억7000만 달러, 수입은 7억8000만 달러로 대미 전기차 무역적자는 5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테슬라는 판매량 1만6287대로 전체 중 33.4%를 차지해 지난해 1만1829대를 훨씬 초과하면서 2년 연속 국내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가 꾸준한 무역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이후 테슬라 국내 진출 등 미국 전기차 수입이 지속 증가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KAMA측의 설명이다.
중국 시장 역시 높은 관세 등으로 대 중국 전기차 수출은 거의 없는 반면 지난 9월까지 전기차 수입액은 1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기버스와 초소형 전기차 수입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버스는 올해 8월까지 230대, 초소형 전기차는 2051대가 수입됐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수입 전기버스의 36%를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까지 등록대수 기준으로 국산은 현대차 224대, 에디슨모터스 73대, 우진산전 54대로 총 351대가 판매됐다. BYD, 하이거 등 중국산 버스는 200대 판매됐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도 중국산 수입이 증가하며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자동차 부품 교역도 적자로 전환됐다.
KAMA는 "무역적자 확대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 등은 자국산과 수입산간 차별적 보조금정책을 펼치거나 펼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 배터리 종류, 구동모터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을 매월 발간, 보조금 지급 심사에 활용하고 있어 우회적으로 자국 전기차를 우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비시장적 무역규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자국산 위주의 배터리 보조금 지급 규정인 '자동차용 전력전지 산업표준에 관한 규정'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하지만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에 의해 우리 제조사들은 여전히 현지 업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농촌지역 전기차 판촉 프로그램인 '신에너지차 하향 활동 통지'를 시행해 일부 선별된 중국내 지방 브랜드 차종에 한해 지방정부의 재정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대표적 차별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최근 하원이 기존 대당 75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에 더해,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4500달러(약 536만원),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 500달러(약 60만원)의 추가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전기차 세제 혜택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미국 내 생산공장과 노조가 있는 빅3(GM, 포드, 스텔란티스)에 차별적 추가 혜택이 부여된다. 무노조 경영 중인 현대차 등 대부분의 외투기업은 차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KAMA는 "이는 수입품 대신 국내상품의 사용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금지하는 '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산, 수입산 차별없이 동등하게 최대 800만원 내에서 연비, 주행거리, 에너지 효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 고가차에 대한 보조금 혜택 축소 차원에서 6000만원을 기준으로 차량별 차등 지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엔 최소 자부담금 규정을 마련한 바 있으나, 제도 개선 이후에도 수입이 줄지 않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대부분은 중국산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대당 4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우리 완성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전기차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교역에서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까지 적자로 반전된 것은 우려스럽다"며 "특히 국내 전기동력차 산업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2030년 450만대 전기동력차 보급 목표 등 무리한 전동화 정책을 펼칠 경우 무역적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우리 전기동력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대주의에 입각한 구매보조금 지급 뿐만 아니라 버스, 트럭 등 중국산 전기차와 직접 경쟁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관련 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특단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