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26일부터 30일까지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2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여러 조문객들이 방문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유가족을 조문했다. 유영민 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3시 59분부터 4시 17분까지 빈소에 머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 실장은 조문 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대신 전해달라는 메시지를 유가족께 전달 드렸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슬픔을 당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실장은 이날 대통령 대신 조문을 오게 된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이 오려고 일정을 많이 조절하려고 했는데 아세안 정상회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내일 아침엔 또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이 예정되어 있어 도저히 안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침 일정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저와 정무수석, 시민사회수석이 대신 가서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10월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 또한 이날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이 후보는 빈소를 조문하고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며 "가시는 길이니 보내드리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진 못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빈소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은 것에 대해 취재진이 이유를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박병석 국회의장 또한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조문 후 기자들을 만나 "과오가 있고 빛과 어둠이 있다"며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지만 대한민국을 국제 무대로 넓혔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유족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전의 이야기를 했고 병환 이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했다"며 "유언을 남기게 된 동기와 과정에 대해서도 얘길 나눴다"고 덧붙였다.
5·18 사형수 박남선 씨도 조문
한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씨 또한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5·18 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 씨는 계엄군에 잡혀 고문을 당했고 사형수로 복역하다 3년 만에 풀려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아들인 노재헌 변호사와 악수하며 조문을 마친 박 씨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5·18의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분이 사죄의 말씀을 해준 것도 없었다"며 "고인이 되신 노 전 대통령께서는 아드님이신 노재헌 변호사를 통해 여러 차례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거기에 대해 사죄한다고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본인께서 직접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아드님께 말씀드렸지만, 병석에 누워계셔서 아드님께서 광주를 방문했다고 했다"며 "전두환 씨를 비롯한 어떤 사람도 사죄 표명이 없었는데 노 전 대통령께서는 그런 입장을 밝혀 내가 오늘 조문 온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유족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전두환 씨가 돌아가셨으면 오지 않았을 것인데, 노 전 대통령은 용서를 구했고 이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되어 왔다"고 답했다.
박 씨는 이어 "온 국민이 통일을 염원하는데 이제 오늘을 기점으로 정치 세력들이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하는 것이 내 마음"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 학살에 대한 사죄 표명을 하고 유족들이나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이날 박 씨의 조문에 대해 "노재헌 변호사가 광주에 갔을 때 박남선 씨를 만났다"며 "당시 박 씨가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 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