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동안의 거친 이미지를 벗고 '인간미'를 강조하는 등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자신의 SNS에 50회짜리 '웹 자서전' 연재하며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 등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웹 자서전 첫 번째 에피소드 '이토록 오지에, 한 마리 담비처럼'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왕복 12㎞의 산길을 걸어 등하교하던 이야기, 자연에서 개복숭아를 따먹고 징거미새우를 잡아먹어야 했던, 가난했던 자신의 유년시절을 담담히 풀어냈다.
이 후보는 "내 고향은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을이다. 첩첩산중 산꼭대기 기막힌 오지, 화전민들의 터전. 지금도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50, 60대 남성들의 로망을 그려내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배경으로 맞춤한 곳"이라고 회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25일 아침 퇴임 기자회견을 앞두고 마지막 출근길에 나섰다. 도청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제공
이어 "삼계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왕복 12킬로미터 산길을 걸어야 했다. 초딩의 그 짧은 다리로 걸어 다니자니 결석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못 가는 날도 많았지만 그렇게 자체결석 처리하는 날들이 꽤 있었다. 폭우로 다리 잠기면 못 가고, 눈보라 치면 못 가고..."라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과 별 구분도 되지 않는 몰골로 한 마리 야생동물인양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며 "그 풍경들은 아직도 내 마음 속 작은 다락방에 남아있고, 나는 그곳에서 가끔 위로를 받는다"고 따듯함을 전했다
이 후보는 첫 에피소드에서 아버지의 도박으로 갖고 있던 조그만 밭떼기마저 날려 온 가족이 성남으로 이사했다는 가족사도 가감없이 공개했다.
그는 "고향을 떠난 건 초등학교 졸업식 직후 1976년 2월 26일인가였다"며 "3년 앞서 성남으로 떠난 아버지를 따라온 식구가 상경을 했다. 고향을 떠난 데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고 운을뗐다.
그러면서 "20장의 동양화로 하는 그 놀이. 아버지도 마을주민과 어울리며 잠시 심취했고, 덕분에 그나마 있던 조그만 밭떼기마저 날려버렸다"며 "아버지의 상경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성남과 나의 인연의 시작이다"라고 전했다.
이 후보가 웹 자서전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데에는 중도층과 청년층, 여성층의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이 후보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냉정하고 차갑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의 비호감도는 상당히 높게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 발표한 주요 인물 호감도 조사에서 이 후보에게 '호감이 간다'는 답변은 32%인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답변은 60%에 달했다. 특히, 20대(69%), 여성(60%), 무당층(62%), 중도층(61%)의 비호감도가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웹 자서전' 첫 에피소드 '이토록 오지에, 한 마리 담비처럼'을 게재했다./사진=이재명 SNS 캡처
이 후보는 이번 웹 자서전에을 통해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호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 '사이다', '싸움닭' 등 '비호감'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층과 청년층 그리고 여성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2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별난 족속'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에서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며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했다.
그는 "내가 독하게 일만 잘한다는 평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건 내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다"며"사실 나는 살갑고 애교 많고 장난기도 많은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러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평생 가장 열심히 하고 배워야 할 것 중 하나가 ‘사랑’이라 생각한다"며 "나는 환갑 가까운 나이지만 남들이 믿기 어려워할 만큼 아내와 장난치고 수다 떨며 논다. 내가 이렇게 살아오고 살 수 있는 것도 결국 엄마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은 덕분"이라고 따뜻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같은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이 현재 그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후보가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고 자수성가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를 더 자세히 풀어낸다고 해서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강점을 강화시키는 일"이라며 "특히 코로나 위기나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적 결단력 등 행동력 있는 플랜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중점을 둬야할 포인트는 약점 보완이 아니라 강점을 더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자신의 결단력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가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워줘야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서 거기에 감복해서 이 후보를 찍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후보는 강인함 속에서 인간적인 친근함이 있어야 유권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며 "이 후보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환경 속에서도 경기도지사를 거쵸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에 이른 인간극장은 분명 유권자들의 마음에도 더 좋은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웹 자서전 두 번째 에피소드 '별난 족속'을 게재했다./사진=이재명 SNS 캡처
이 후보는 앞으로 4개월간 50여 차례에 걸쳐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여당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연재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8월 출간된 '인간 이재명'이란 책을 기반으로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저에 관한 책을 읽으신 분들로부터 '인간적인 면모, 진솔한 모습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며 웹 자서전을 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일은 잘하는데 싸움닭에다 독하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언급하며 "제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된 것은 전적으로 저의 그릇이다. 내면과 감성을 드러내는 일에 서툴러 벌어진 일"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진솔하게 담았다"며 "자신의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가을 밤, 장작 타는 소리 같은 소곤거림'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그동안의 '사이다' 이미지와는 달리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중도층과 청년층의 여성층 지지율 확보에 나선 가운데, '감성 자극' 전략이 비호감 이미지를 호감으로 바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