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생계를 걱정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는 자영업자들을 향해 "개미지옥", "불나방" 등의 거친 단어를 사용한 것이 논란이 됐다. 여당 내에서도 이 후보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사직 사퇴 후 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 후보는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창업 자유까지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위헌'논란까지 불거졌다.
또한 자영업자들을 '개미지옥'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2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 참석해 모션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이와 관련해 야권인 국민의힘은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정책, '아무말 대잔치'"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무능이 이 후보에게도 계승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 후보를 향해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맹공을 가했고, 홍준표 후보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진보진영에서도 이 후보의 발언이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음식점 사장님들에 대한 공감이 1도 없는 해당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후보는 당황한듯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국가정책으로 도입해 공론화하고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후보는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자영업자들을 '불나방'에 비유하는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해 또다른 논란을 가져왔다.
그는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 것이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며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권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은 불나방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의 국민관은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에 빗댄 조국 전 장관의 그것과 닮았다. 도대체 국민 알기를 무엇으로 아는 것인지 개탄이라는 말조차 쓰기 아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도 이 후보의 해명에 또다시 논평을 내고 "공약도 아니라면서 계속 같은 주장을 어제와 같은 논리로 또 반복했다"며 "무공감, 무책임의 이재명 후보 ‘음식점 총량제’ 발언,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돌발 발언에 민주당도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음식점 총량제는)아직 당 하고는 얘기를 안 했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좀 더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정책조정회의 백브리핑에서 "아직 논의된 사항이 아닌데 이제 제기된 문제라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며 "정확히 답변드리기 좀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가 최근 음식점 총량제 발언 외에도 주 4일 근무제 도입, 기본소득 등 당정 차원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을 당과 조율 없이 먼저 언급한데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정책혼란만 가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2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의 강점이 거침없는 '사이다' 이미지이긴 하지만 여권 대선 후보로서 정책적인 문제와 관련된 발언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과 조율되지 않은 이 후보의 발언은 정책 혼선을 불러올뿐만 아니라 이 후보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그동안의 거친 이미지를 벗고 '인간미'를 입겠다며 '웹 자서전' 연재를 시작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가운데, 또다시 '개미지옥', '불나방' 등의 과격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