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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 '전설의 마녀' 전설도 마녀도 없고, 오직 '김수미'만...

2015-03-09 11:24 | 김연주 기자 | office@mediapen.com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김수미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지부진한 에피소드를 살리고, 지루한 흐름을 돌려세우고, 유쾌한 결말을 만들어내기까지…. ‘전설의 마녀’는 김수미의 김수미에 의한, 김수미를 위한 드라마였다.

극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수감된 네 명의 여성이 아옹다옹하며 적응해가는 이야기는 우리 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콘셉트였다. 아줌마들이 열광했다. 이들이 하나 둘씩 출소하며 서로의 억울했던 사연을 풀어가는 과정에 기대가 쏠리기도 했다.

   
▲ MBC '전설의 마녀' 캡처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자체 활력소’ 김영옥(김수미) 빠지자 누구도 드라마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 주인공 문수인(한지혜)는 계속 당하기만 했고, 심복녀(고두심)는 상황을 뒤엎을 만한 힘이 없었다. 복수의 대상인 신화그룹은 자기들끼리 내분에 빠져 네 명의 마녀와는 겉돌았다.

이때 김영옥이 다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초반부터 팍팍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던 그녀는 모든 등장인물을 삼진아웃 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중간계투로 등장한 투수가 퍼펙트로 게임을 정리해 MVP를 차지한 것처럼 김수미가 앞세운 내공과 욕설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이후 김영옥은 드라마 흐름과는 별개인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신화그룹 장녀 주란(변정수)과 대립관계를 형성하며 쉴 새 없이 그녀의 뒤통수를 때렸다. 복권에 당첨됐음에도 굳이 빵(?) 동료들과 함께 살겠다고 우기던 그녀는 ‘마법의 빵집’ 투자를 시작으로 주란이 40억원을 기부(?)하게 만드는 등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자아냈다.

김영옥은 시청자들을 신경질나게 만드는 주란에게 한방 먹이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고시원에서부터 탁월한(이종원)에게 “누나라고 불러보라”며 집적대다가 결국 그와 손풍금(오현경)을 연결시켰다. 심복녀와 박이문(박일환)의 결혼 역시 ‘다음은 내 차례’라는 조건으로 만들어내며 밀당의 진수를 보여줬다. 어느새 조연이 주연이 돼버린 이상한 상황에서도 김수미의 존재감은 모든 것을 웃음으로 덮게 만들었다.

그 사이 신화그룹에 대한 복수는 주변인물들이 대신 해줬다. 주인공 문수인은 마지막까지 애인 남우석(하석진)과 갑자기 살아난 남편 마도현(고주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겉돌았다. 그 사이 그녀가 해야 할 복수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남우석과 칼을 뽑은 차앵란(전인화)이 모두 해줬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이다.

   
▲ MBC '전설의 마녀' 캡처

이후 드라마는 급한 결말로 급발진했다. 심복녀와 박이문은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1년 만에 재회한 문수인과 남우석은 바닷가에서 로맨틱한 키스를 나눴다. 심복녀는 가슴에 한으로 남아있던 살인에 대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복수가 끝나 모두가 함께 웃게 된 마법의 빵집은 사이좋게 빵을 구워나갔다. 마지막 장면도 빵집 앞에 모인 네 사람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환하게 웃으며 마무리됐다.

잘 끝내기는 했는데 나사가 하나 빠진 느낌이다. 돌아보니 제주도 결혼식과 키스신 대신 중년 결혼정보회사를 차린 김영옥이 고객을 향해 “회원 가입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반쪽이 여기 있으니까” 하는 장면만 남는다. 오직 김수미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만 아쉽다. 전설도, 마녀도 없는 막장드라마는 오직 김수미 덕분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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