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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세 주춤하자 고금리업권 대출 뛰었다

2021-11-03 15:22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그러나 고금리 업권의 대출이 뛰는 등 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팔을 비틀어 대출 문턱을 높이면 가계부채 총량은 잡겠지만, 특히 영세 자영업자등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이들이 받은 대출이 부실해지면 결국 금융권 역시 동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기준 가계대출 총액은 전달보다 3조4381억원이 늘어난 706조3258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증가액인 4조729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6348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올해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총액은 140조8279억원으로 전달보다 1720억원(0.12%) 줄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고, 우대금리를 제한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선 효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와 3단계 규제가 조기에 시행되고, 제2금융권의 차주 단위 DSR 규제 비율도 60%에서 50%로 강화된다. 또 내년부터 카드론이 DSR 산정에 새롭게 포함된다.

DSR은 차주별로 연소득 대비 연간 갚아야 할 모든 가계부채 원리금 비율 한도를 정한 것이다. DSR 규제를 강화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DSR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직격탄이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당장 상환능력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게 보수적인 대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총량 규제는 고금리업권으로의 대출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은행권에 비해 비은행권에서 급증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8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88조5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2월보다 173조3000억 원(21.3%) 증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이후 캐피탈·카드·저축은행에서 개인사업자 가계대출 증가율이 크게 상승했다. 사업자대출도 고금리 업권에서 상승했다. 8월 기준 금융권별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5%로 가장 높았다. 은행 대출 증가율(6.5%)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오 위원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으로 은행권의 자금 공급이 제한된 점 등이 고금리업권 대출을 크게 늘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향후 금리가 추가 인상되고 DSR 규제가 강화되면 코로나 피해로 자금 부족을 겪는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 또는 사업자금이 가중된 취약계층의 경우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차주별 DSR 규제의 조기 시행으로 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제도권 밖에서 밀려난 이들의 선택지는 결국 고금리 대출로 귀결되는데, 고금리 대출의 늪에 한번 빠지면 사실상 재기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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