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높은 당원 투표율로 흥행하는 만큼, 대선주자들의 막판 신경전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당내에서는 자칫 상호비방전이 ‘감정 싸움’으로 치닫을 경우 ‘원팀’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강을 구성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각 선거캠프 간 신경전은 당원투표 직전인 지난 10월 30일 시작됐다.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이른바 ‘공천 협박’ 논란 게시글을 두고 홍 의원 측 여명 대변인은 “공천을 미끼로 한 조직 선거 협박”이라는 논평을 내고 윤 전 총장 측 권성동, 주호영 의원의 당적 박탈을 요구했다.
이에 권 의원은 “익명성을 악용해 허위사실로 당내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어 여 대변인과 해당 글 게시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사진=연합뉴스
홍 의원 측은 추가 공세에 나섰다. 당을 사칭한 윤 전 총장 지지 선거운동, 짝틍 ‘박사모’ 지지 선언 폭로 등과 함께 윤 전 총장 측 박성민 의원이 울산지역 각 당협위원회에 윤 전 총장 지지 문자를 발송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 측도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윤 전 총장은 당원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10월 31일 마지막 경선토론에서 홍 의원의 여론조사 지지율 이면에 여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작동한 것으로 의심하고 "꿔준표"라고 꼬집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시작된 3일에는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을 외치는 홍준표 후보를 '무여홍(무모하게 여당측 환심을 사려 한 홍준표)'로 규정했다"고 역선택을 재차 지적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측 사이의 네거티브전에 유승민 의원 쪽도 가세했다.
유승민 캠프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첫 날인 3일 부정 경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확산되는 메시지들이 모두 '윤석열'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후보는 이런 메시지 출처와 무관하다면 유포자에 대해 형사 고소를 하고 그 중단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로 알려진 서민 교수가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 씹다'라는 제목의 동영상 섬네일을 올려 호남 비하 논란을 일으키자, 유승민 캠프는 즉각 "윤석열 후보의 만사 아닌 망사 수준 인사는 온갖 인재를 만들어 국민의힘 정권 교체에 재앙이 되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다.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KBS본관에서 원희룡,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4명의 20대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들의 합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이준석 대표의 공개 경고도, 초선의원들의 집단성명도 무색해질 만큼 후보 간 공방이 격화되자 당내에서는 자연스레 원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이재명·이낙연의 감정 싸움으로 아직까지 앙금이 남아있는 현재 상황을 우리는 보고 배워야 한다”며 “우리의 목적은 당내 경선 승리가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점을 후보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경선 막판 승리를 위해 후보간 공방이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공방이 감정 싸움으로 치닫게 되면 경선 이후 원팀 구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경선 끝난 이후 자연스레 갈등은 봉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이후 원팀이 가능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걱정하지 말라"며 "경선 끝나고 원팀이 되느냐 안 되느냐, 그건 진 사람이 깨끗이 승복하고 이긴 사람이 화끈하게 포용하면 된다. 모든 후보가 그 정신만 갖고 있다면 원팀 되는 데 아무 문제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