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구글이 소위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경쟁을 촉진한다는 당초 법안 취지가 무색해지는 발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 구글은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 이용자에게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개발자는 구글플레이의 결제 시스템과 함께 개발자가 제공하는 다른 인앱결제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구글 및 유튜브 CI 이미지./사진=각 회사 홈페이지
이에 대해 규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구글의 법 준수 의지를 확인했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업계는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인앱결제 정책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30% 수수료의 구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말라는 법안을 수용해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 수수료는 4%만 인하해 여전히 26%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최고 수수료를 말한다.
구글은 연매출과 서비스 유형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받아 자사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경우엔 15%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고 최근 정기 구독 수수료 15% 및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최대 10%로 낮췄다.
구글은 이를 두고 대부분의 업체가 15% 이하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구글갑질방지법 이전에는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엔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았지만 이젠 구글이 공식적으로 제3자 결제시스템을 허용하면서 수수료 부과도 공식화한 셈이다.
결국 구글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한다는 측면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지적이 일자 방통위는 수수료나 노출 등을 이용한 차별적인 조건 및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세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11월 중으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한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대표는 “아무리 촘촘하게 옭아매도 수수료를 아예 받지 못하게 하지 않는 이상 구글이 자사 정책으로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개발자들이 구글의 정책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질 뿐”이라고 토로했다.
구글갑질방지법을 대표발의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유성갑)은 8일 성명을 통해 “법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으며 어떤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애플과 비교해 구글의 (제3자 결제 허용)발표는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구글의 계획에 따르면 고율의 수수료를 통행세로 수취하겠다는 본질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결국 수수료 30%나 26%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그동안 자유로운 결제방식이 보장됐던 웹툰, 웹소설, 음원 등 비게임 콘텐츠에 대해서도 ‘인앱’으로 결제하고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며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Don’t Be Evil‘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라는 모토로 인터 허름한 차고에서 글로벌 빅테크로 거듭났다”며 “앱마켓을 통해 모바일 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하고 일괄 통행세를 부과하는 모습은 전혀 구글답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