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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송현동 옛 삼성생명 부지서 영원히 숨쉰다

2021-11-10 13:48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문화재와 미술품 등 수만 점의 종착지가 서울 종로구 송현동으로 정해졌다. 이로써 수많은 국보와 보물, 근현대 미술 명작 등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을 한 공간에 모은 새로운 개념의 전시관이 서울 한복판에 들어설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가칭)'을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 일대에 건립하기로 하고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구 대한항공 7성급 한옥 호텔 예정 부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해당 부지는 1997년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이다 국방부로, 2002년에는 삼성생명으로 넘어갔다가 2008년에 대한항공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7성급 한옥 호텔을 짓고자 했으나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유해시설 설립 반려 처분'을 내려 공터로 두고 있었고, 최근 한진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사들이게 됐다.

당초 해당 부지는 삼성생명이 대규모 현대 미술관을 짓고자 했으나 계획을 철회했던 역사가 있다. 문체부와 서울시가 이날 협약을 맺음으로써 고 이 회장의 컬렉션은 돌고 돌아 결국 옛 삼성생명 소유의 땅으로 가게 된 셈이다.

관계 당국 설명에 따르면 이건희 기증관은 송현동 부지 내에 대지 면적 9787㎡(약 2966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내년 하반기 중 국제 설계 공모 절차에 착수해 설계와 공사 등 제반 과정을 거쳐 2027년 중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과 지역 간 문화 불균형을 지적하며 이건희 기증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고 이건희 회장의 모든 기증품을 모은 전시관을 송현동에 짓기로 한 이유는 주변 역사 문화 자원과의 연계성·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문화 예술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송현동 부지 근방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30여개 박물관과 미술관, 60여개의 갤러리가 밀집해 있고, 모두 도보로 2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들이다. 또한 5대 고궁·북촌한옥마을·인사동 등 문화·관광 인프라가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이건희 컬렉션' 중 대표 작품 일부는 지난 7월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돼 관람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9월까지 진행됐던 전시는 당대 최고의 명작들을 모아놓은 자리로, 연일 매진돼 대학교 수강 신청보다 입장권 구하기가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사진=미디어펜 DB


이건희 기증관에는 총 2만300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곳에는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도 수차례 전시된 바 있는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가 내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한국을 가장 한국답게 그렸다는 찬사를 받는다. 비에 젖은 인왕산 바위의 인상을 그려낸 인왕제색도에는 일기 변화에 대한 감각 표출과 실경의 순간 포착에 작가의 천재성이 충분히 드러나있다는 평가다.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사진=미디어펜 DB


'죽음의 바람'인 가을 바람을 묘사한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작품 '추성부도' 역시 위용을 드러낼 전망이다. 1806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처량한 가을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감정 동화를 동자(童子)와의 대화체로 나타낸 구양수의 대표 문부(文賦)형식 작품인 '추성부'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작가가 순리처럼 죽음을 향해 가는 정설을 담아냈고, 단원 본인에게 이 작품은 자화상과도 같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국보 제234호 묘법연화경./사진=미디어펜 DB


'사람이 술을 마신다. 술이 사람을 마신다. 술이 술을 마신다.'는 격언을 담은 국보 제234호 묘법연화경(법화경)도 관람객들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화경은 표지가 꽃문양으로 장식돼 있고, 깨알 같은 글자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금과 은으로 쓰여있다. 

불상 6점./사진=미디어펜 DB


원불교도였던 고인은 삼국 시대부터 통일 신라때까지인 6~9세기 사이의 불교 조각품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랬던 만큼 왕궁에서 나와 인생의 번뇌를 깨닫고 깊은 사색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을 형상화 한 '반가사유상'을 포함한 여러 불교 문화재도 관람객들에게 얼굴을 비출 것으로 기대된다.

까치와 호랑이./사진=미디어펜 DB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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