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기자]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과거사 반성 일침에 일본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 정부와 중국도 메르켈의 돌직구에 환호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은 외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 10일 일본 주요 신문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일본 내 강연과 전날 열린 메르켈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관해 비중 있게 다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 가운데 화해를 하려면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를 부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나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런 발언을 짧고 작게 다루고 독일과 일본의 협력에 관한 내용을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역사 문제에 관해 깊은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는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갈등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연합뉴스 |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2차대전의 과오를 정리할 수 있었기에 훗날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며 "독일에서는 나치가 저지른 무서운 죄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에서 열린 아사히 신문사의 강연회에서도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세계에서 나치스 시대라는 비참한 상황을 안겼지만 국제사회는 독일을 받아들였다"면서 "이는 독일이 제대로 과거와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전범국인 일본이 독일과 달리 과거사를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은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과거사 문제가 엇갈린 한국과 중국 등의 주변국에 대한 과거사 반성 없이 이들로부터 관용과 신뢰를 끌어낼 수 없음을 시사한 것과 같다.
이에 정부는 이날 메르켈 총리의 과거사 반성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독일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일관되게 보여준 참회와 반성이 유럽지역의 화해, 협력, 통합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 대변인은 일본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을 통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신뢰를 쌓아나가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 "먼저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 선행돼야 거기에 따른 관용도 베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언론과 중국인들도 메르켈 총리의 돌직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면 기사에 "일본과 독일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이 아베에게 역사를 직시하라고 충고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여론 조사 결과 중국 네티즌의 87%가 메르켈 일침을 지지한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일침에도 일본은 안하무인격 공식 대응을 내세워 빈축을 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0일 메르켈 총리의 언급에 대해 "일본과 독일의 전후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시다 외무상은 "아베 내각은 일본이 아시아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 전체를 계승한다는 점을 표명해왔다"고 덧붙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회견에서 "일본으로서도 중국,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자민당 당대회에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