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이야기가 있는 걷기] 인천 ‘소래길’

2021-11-13 07:30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소래포구 인근 '갯골'과 칠면초(우측 붉은 것) 군락지/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인천광역시 남단인 남동구 논현동, 경기도 시흥시와 인접한 재래어항이 소래포구(蘇萊浦口).

소래깨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일설에는 백제를 치러 온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수군을 몰아 도착한 곳이라 해서, 소래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는 소정방, ‘는 그가 출발한 산둥반도 내주(萊州)를 의미한다는 것.

이 지역은 일제 때인 1933년 염전(鹽田)이 생기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략물자였던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1937년 일본이 수원과 인천 사이에 협궤철도 수인선(水仁線)를 부설하면서 소래역을 만든 이래, 소래포구는 작업인부와 천일염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정박하면서 더욱 활성화됐다.

1974년 인천내항 준공 이후, 인천항의 새우 잡이 소형 어선들이 정박 가능한 소래로 옮기면서 새우 파시(波市)로 발전, 수도권의 대표적인 재래어항으로 발돋움했다.

서울에서의 지리적 근접성, 자동차교통에 밀려 1995년 폐선됐다가 수도권전철로 부활한 수인선, 옛 소래철교(蘇萊鐵橋) 등 관광자원의 요소가 어우러져, 지금은 연평균 300만 명의 소비자와 관광객이 찾고 있다.

2001년부터 열리는 인천 소래포구 축제는 매년 가을 열리는 축제(祝祭), 특산물 홍보와 각종 젓갈 및 지역 농수산물 할인판매, 깜짝 경매행사, ‘어죽 시식회등으로 인기다.

과거 전국 최대의 천일염(天日鹽)을 생산하던 소래염전은 1996년 폐쇄돼, 소래습지생태공원(蘇萊濕地生態公園)으로 탈바꿈, 도심 속 자연경관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시를 빙 둘러 도는 인천둘레길16코스 중 6코스가 소래길이다. ‘남동(南東) 생태누리길이라고도 한다.

소래길은 인천대공원(仁川大公園)에서 소래포구까지 걷는, 인천의 하천과 갯벌을 따라 걷는 길로, 길이 8.5km 거리다. 생태하천으로 다시 살아난 장수천을 따라 만수물재생센터’, ‘습지원’, 소래습지생태공원을 거쳐, 소래포구 어시장(魚市場)에 이른다.

이 화창한 가을날, 이 소래길을 걸어본다.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대공원역 3번 출구에서 나오면, 곧 대공원 남문(南門)이다.

인천대공원은 가을철 단풍(丹楓)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이상기후로 예년만 못하지만, 그래도 참 예쁜 길이 이어진다.

조금 가다보면, 길 오른쪽에 백범광장(白凡廣場)이 있다. 광장 가운데 계단 위에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 있고, 조금 떨어진 우측에는 선생의 모친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이셨던 곽낙원(郭樂園) 여사의 상도 보인다.

백범의 모친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어머니였던 그녀를 우리는 가벼이 생각해선 안 된다.

백범광장 오른쪽 숲길은 인천대공원에서 최고의 단풍을 자랑하는 곳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관모산(官帽山)으로 이어진다.

높이 161m의 관모산은 산봉우리 모양이 옛 관리들의 모자처럼 생겼다는 데서, 생긴 지명이 다. 일설에 의하면, 산의 모양이 비를 피하기 위한 모자인 '갓모'였는데, 이것이 한자화되면서 관모가 되었다고 전한다.

동쪽에 인접하여 솟아 있는 봉우리는 상아산(151m)이다.

인천대공원 호수공원/사진=미디어펜

 백범광장을 나와 좀 더 걸으면, 호수공원(湖水公園)이 나온다. 낮은 산기슭에 안겨 있는 호수는 크지 않지만, 짙은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멀리서 분수도 솟으며, 호숫가 추심(秋心)들을 자극한다.

호수 반대편 자전거공원을 지나면, 장수천(長壽川)이 보인다.

장수천은 장수동관모산에서 발원, 도중에 만수천과 합류해 소래 근처에서 서해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지방하천이다. 즉 이 하천을 계속 따라가면, 소래포구에 닿을 수 있다.

메타세콰이어들이 일렬로 쭉쭉 치솟은 옆으로, 한적한 천변 길을 따라간다. 반려견(伴侶犬) 놀이터와 캠핑장을 지나면, 인천대공원도 끝난다. 하지만 장수천 산책로는 이제 본격 시작이다.

길 옆 나무들은 모두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유난히 붉은 단풍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왼쪽으로 하천을 끼고 난, 좁은 흙길이 참 아름답다.

물길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사람들이 조심조심 건너는 모습이 정겹다.

반대편 길을 조금 가다보면, 다시 하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천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나란히 뻗어 있고, 오른쪽은 만수동(萬壽洞) 아파트단지다. 산책로 변에는 간식을 먹으며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곳곳에 있고, 단지 끝 동남체육관에서 화장실을 갈 수 있다.

다시 반대편으로 다리를 건너 2경인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서창JC’를 지나면, 장수천이 갯골로 변한다. 잿빛의 고운 갯토가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임을 대변해 준다.

천변은 훨씬 넓어지고, 갈대밭 너머 오봉산이 아름다운 곡선(曲線美)를 보여준다.

만수물재생센터 앞을 지나 좀 더 가면, 습지원이다. 산책로 왼쪽, 아파트단지 앞에 넓은 습지가 펼쳐져있고, 말라버린 연()들이 가득하다. 여름철엔 연꽃 꽃밭이 장관일 것 같다.

곧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가 나타난다.

길 오른쪽에는 장수천 갯골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갯골은 밀물 때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썰물 때 빠져나가는 물길이다. 물 빠진 갯골에는 갯 흙이 쌓인 사이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이어진다. 갯벌이 가까운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길 양쪽에 펼쳐진 드넓은 갈대밭 곳곳에, 칠면초(七面草) 군락이 고운 홍자색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칠면초는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줄기는 높이 10~50cm 정도로, 8~9월 자잘한 꽃이 피는데 처음에는 녹색을 띠지만, 차차 짙붉은 자주색으로 변해 갯벌 주변을 붉게 색칠한다.

서해안 중남부 해안가에서 자라는 1년생 초본 염생식물(鹽生植物)로 크게 무리지어 자란다. 유사 식물로 나문재해홍나물등이 있고, ‘함초(퉁퉁마디)’와는 색깔부터 다르다.

갯골생태공원에는 갈대밭 사이 사방으로, 산책로가 나 있다.

오른쪽 구석에는 과거 염전 소금 창고(倉庫)로 쓰이던 목조건물들이 곳곳에 보인다. 대부분 다 쓰러져가는 창고들 속에서, 옛 시절 염부(鹽夫)들의 노랫소리가 들이는 듯하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그들의 위안거리는 노래와, 쓰디쓴 소주 한 잔 뿐이었으리라.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물길은 소금기가 많이 섞였을 터다. 그래도 물새들은 한 다리로 용케 버티고 서서, 식사와 휴식을 즐긴다.

벌판 한 가운데, 2층 전망대가 우뚝하다.

그 위에 오르니, 주변 일대가 넓게 조망된다. 멀리 배곶신도시(新都市)가 성큼 다가온다.

머지않은 곳에 풍차(風車) 3개가 서서, 이국적인 풍경으로 나그네들을 불러 모은다.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이자, 최고의 포토 포인트. 마치 네덜란드에 온 듯한 느낌으로 설레며, 카메라에 몸을 맡긴다.

이어지는 곳은 과거 염전을 되살려 놓은 체험장(體驗場)이다.

논배미처럼 네모반듯한 염전들 사이로, 염부들이 소금을 실어 나르는 길들이 사방으로 뻗어있다. 이 곳의 소금창고들은 제법 깔끔하게 복원된 것들이다. 염전 끝에 있는 현대식 2층 건물은 전시관이다.

여기가 생태공원의 끝이다.

건너편은 드넓은 칠면초 밭이 지평선(地平線)까지 뻗어 있고, 그 오른쪽엔 갯골이 서해바다로 이어진다. 가을 오후의 햇살이 갯골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난다.

갯골을 건너는 다리는 소염교(蘇鹽橋).

소염교는 소래염전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뜻이다. 1930년대, 생산된 소금을 수인선 소래역까지 운반하기 위해 다리 위에 열차(列車) 레일까지 설치했던, 길이 60m, 4.5m의 다리다. 염전 폐업 후 1999년 붕괴된 다리를 2001년 복구하고, 2006년 다시 재 설치했다.

다리를 건너면, 공원을 완전히 벗어난다. 곧 큰 도로가 나타난다.

왼쪽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직진하면, 수인선 전철 소래포구역이 나온다. 또 왼쪽 길을 따라가면, 곧 어시장이 보인다.

소래포구에는 소래어시장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이 있다. 소래포구 종합어시장(綜合魚市場)2011년 건물을 세우고 새롭게 개장한 어시장으로, 다양한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펄떡펄떡 뛰는 새우가 유명하다.

주말이면 몰려든 차량으로 교통이 마비되기 일쑤고, 어시장 안은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혼잡(混雜)하다. 인원이 좀 많으면, 먹을 자리를 찾기 힘들고, ‘바가지수준으로 가격도 비싸다.

회를 포기하면, 시장 밖에 늘어선 점포들에서 생선구이와 튀김 등을 즐길 수 있고, 길가 난전(亂廛)에서 생물을 골라 사가는 것도 좋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