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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매각…채권단 의지·실적 회복 통해 재무약정 졸업

2021-11-15 17:18 | 이다빈 기자 | dabin132@mediapen.com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두산그룹이 사모펀드 운용사에 두산건설을 매각하며 지난해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1년 반 만에 조기 졸업한다. 

두산건설 CI./사진=두산건설



15일 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의 지분 99.99%를 큐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큐캐피탈 컨소시엄에는 유진자산운용과 신영증권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고 큐캐피탈은 전략적 투자자 없이 두산건설을 인수해 기존 경영진과 협업으로 회사를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매각 금액은 4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산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디비씨(DBC) 등도 현금 1200억원과 현물을 출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큐캐피탈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중견 운용사로 제너시스비비큐, 노랑통닭, 영풍제지, 큐로CC, 케이원, 카카오VX 등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 건설업 투자 경험은 없지만 최근 건설경기 호황으로 두산건설의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해 인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건설의 위기는 경기 고양시 탄현동에 공급한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미분양 사태로 시작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해당 단지는 10년가량 미분양으로 남아있었고 두산건설은 2018년 미분양 대형 평수를 할인 분양하며 1646억원을 손실처리했다. 두산건설은 2019년 12월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011년 10위를 기록하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지난해 25위까지 추락했다. 올해 두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위기는 그룹 차원의 위기로 번지게 됐다. 두산건설의 재무위기에 두산중공업의 자금이 투입되고 두산건설이 오랫동안 소생하지 못하며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대되면서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고 3년 내 상환 조권으로 3조원을 지원받았다. 두산그룹은 자구계획안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등 우량자산을 연이어 매각해 채무 자산을 약 5000억원까지 줄였다. 

두산그룹이 이번 두산건설 매각에 성공하면 자구안계획은 마무리될 전망이다. 연내 3조원 자금 상환으로 역대 최단기 재무구조 개선약정 조기 졸업이 된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체재 조기졸업 이후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약정 조기졸업 강한 의지…두산건설 실적 회복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라 불리며 그룹의 재무 위기까지 초래했지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라고 알려져있다. 

채권단은 지난 8월부터 두산그룹에 유동성 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두산건설 등 우량자산을 추가 매각해 현금 창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중을 보여왔다. 두산건설 매각은 채권단의 두산그룹을 조기 졸업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두산건설이 실적을 회복하며 속도가 붙게 됐다.

두산건설은 꾸준히 주택 사업을 이어가며 2019년 이후 부산 범일동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센트럴사하 등 대단지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5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순차입금은 2010년 1조7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026억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두산건설은 올해 주택 정비사업 신규 수주실적을 1조원 이상 올렸다.

지난해 BDA파트너스가 매각주간사이자 재무개선 해결사로 나서며 부실도 개선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152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해 11년 만에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산그룹은 핵심 우량자산 매각 후에도 남은 상환금액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 없던 시점에서 아파트값이 지속 상승하고 주택경기가 호황을 맞으며 두산건설의 실적이 되살아나자 매각을 서둘러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지만 건설 경기 호황을 잘 탄 영향이 있고 두산건설 자체의 역량이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 아파트 브랜드 '두산위브'의 밸류가 있어 도급사업과 신규 수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자체개발사업 등은 어려운 수준이고 경영진도 이를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두산그룹



두산건설 매각에 앞서 지난 2009년까지 두산건설 회장을 맡았던 박용만 두산경영원구원 회장은 두산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의 두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도 함께 두산그룹을 떠난다. 

박용만 회장은 2016년 조카이자 현 두산건설을 이끌고 있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총수직을 넘겼다. 두산건설 매각과 함께 박용만 회장과 두 아들이 그룹을 떠나며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등 4세 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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